◎“북 집권층 중 속국화 추진” 소문/김일성 사후 서열 500위 인사중 100여명 숙청/경제파탄 연료부족 목탄트럭·달구지도 등장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내부 동요가 확산돼 심지어 김정일이 정권을 중국에 넘기려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지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직간접 교역을 하면서 나진 선봉등 북한지역을 직접 돌아보거나 북한 고위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해온 국내 기업인들은 14일 황장엽의 망명이 보여주듯 북한 내부, 특히 지도층의 동요가 최근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옌볜(연변)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기업인 P모(57)씨는 최근 북한측 파트너로부터 믿기 어려운 소문 하나를 전해 들었다. 그 내용은 북한 집권층이 지난해초 극비리에 ▲남한에 흡수통합되는 방안 ▲정권보전을 위해 중국의 자치주 형태로 남는 방안 ▲남한 침략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놓고 숙의한 결과 「중국 속국안」을 대안으로 택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말은 지난해 하반기 북한무역회사 간부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라며 『신빙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소문이 북한 내부에 퍼지고 있을만큼 북한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사정에 밝은 기업인들은 북한경제의 몰락이 김일성의 사망으로 본격화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중국·북한간 3각무역을 하고 있는 기업인 S모(47)씨는 『김일성이 사망한 뒤 중국과 러시아의 원조가 서서히 끊기면서 북한경제의 몰락이 시작됐다』며 『특히 석유 등 연료를 구할 수 없어 공장이 문을 닫고 식량 수확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95년에는 극심한 수해까지 겹쳐 경제가 완전히 파탄지경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북한경제의 몰락은 자동차 연료패턴의 변화가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고 S씨는 말했다. 김일성 사망 후 원유 지원이 줄어들자 95년초부터 등장한 것이 목탄트랙터이다. 농업용트랙터 뒤에 한 사람이 올라타 나무를 때 수증기로 동력을 가동 시킨다. 결국은 수개월 뒤 「목탄트럭」까지 등장했고 95년말 부터는 소달구지가 주요 교통수단이 될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S씨는 『지난달 북한에 갔었는데 주민들이 돼지 닭등 가축을 키울 여력이 없어 철새들을 잡으러 다니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고 전했다.
북한을 다녀온 기업인들은 그러나 김정일의 정권장악력 만큼은 아직까지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부사정에 밝은 북한지도층이 동요하고는 있지만 권력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징후는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S씨는 『김정일이 김일성 사망후 서열 500위내 인사 가운데 100여명을 집단농장으로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군부세력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유학한 국제파·온건파 인사들을 주로 숙청했다』고 말했다.
황장엽의 경우는 90년대 들어 시장경제 도입, 정당 이원화 등을 주장해 숙청대상에 포함될 인사였으나 그가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거물 인데다 김정일의 스승이라는 점 등이 감안돼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업인들은 전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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