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패션업체 그린마케팅 확산/자투리천 재활용·무공해 목화사용 캠페인『아름다움은 시각적인 것 이상이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정신을 담고 있을 때 오랜 생명력을 갖는다』(프랑스 디자이너 코코 샤넬)
범세계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환경운동에 적극 참여, 뜻있는 일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매출증대 효과도 얻는 패션업체들이 늘고 있다. 에콜로지가 한창 유행 사조로 떠올려지던 90년대 초엔 국내업체들 중에도 재활용 포장지 사용 등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중단된 상태. 붐에 편승, 시늉만으로 그친 국내 업체들과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샤넬의 말을 지키듯이 지속적인 환경보호활동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과 업체가 적지 않다.
패션계의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은 영국의 캐더린 햄넷, 의류브랜드는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에스쁘리이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상사와 라이선스를 맺고 여성복을 내놓고 있는 캐더린 햄넷은 환경철학을 실천하는 환경운동가이다. 83년 산성비를 주제로 한 티셔츠를 발표하고, 94년 무공해 면을 사용한 컬렉션을 열었으며 90년 유엔회의에서는 연설자로 나서 목화재배시의 살충제와 화학비료 남용 피해를 고발했고 몇년째 무공해 목화 사용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절약, 재사용, 재활용(REDUCE, REUSE, RECYCLE)」을 기업이념으로 삼고 있는 에스쁘리는 건전한 기업정신으로 기업활동도 더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본보기로 자주 거론된다. 직원들의 사회봉사 및 환경실천 운동을 의무화하고 있는 에스쁘리가 벌이는 프로그램 중 이제는 거의 브랜드 상징이 된 것은 자투리천으로 만드는 「재사용 가방」. 장애인을 훈련시켜 만들게 하며 수익금은 주로 장애인기금이나 환경기금으로 사용한다. 국내 매장에서는 1개에 6,000원에 팔고 있다. 쓰레기를 최대한 줄인 생산공정에 의해 만든 제품을 E-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내놓고 있기도 하다.
캐더린 햄넷이 보급에 나선 무공해 면은 두 가지. 화학비료나 살충제 대신 유기농법으로 목화를 재배하고 직조과정에서도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공해를 줄인 「그린코튼」과 목화를 기를 때 이미 품종개량으로 색을 넣어 후에 염색이 필요하지 않은 「컬러코튼」이 있다.
국내에서도 일신방직, 전방, 동방방직 등이 상품화시켰다. 일신방직 홍보부 임성재 차장은 『그린코튼과 컬러코튼은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아 유아용 옷과 내의, 침장류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러코튼의 색은 연갈색과 붉은 갈색, 그린, 베이지 등 4가지가 개발됐지만 상용화한 것은 그린과 갈색의 2가지. 은은한 색감이 독특하다. 이밖에 관심을 끌고 있는 저공해 소재로는 천연펄프를 소재로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가공되는 텐셀이 있다.
◎환경화장품사 ‘보디숍’/‘화장품도 자연을 생각하죠’
화장품업계의 환경 인식과 그 실천은 패션업계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 패션제품보다 화장품이 특성상 인체의 건강에 직접적이기 때문. 그러나 다수 화장품업체는 소비자들의 자연성분 선호심리를 겨냥, 「그린」이나 「자연성분」을 마켓팅 전략상 이용하거나 일부 제품개발에만 한정시킨다.
영국의 애니타 로딕이라는 주부 환경운동가가 70년대 초 설립한 화장품업체 「보디숍」은 이념, 실천 양면에서 전세계 환경운동단체들이 모델로 꼽는 회사이다. 보디숍은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상주의자」와 「기업가」가 훌륭한 조화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히피 성향의 평범한 주부가 동네의 조그만 가게에서 시작한 보디숍은 현재는 46개국에서 1,4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를 이루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가장 큰 후원자인 이 회사는 회사내에 별도의 환경 담당부서를 설치, 아마존 밀림 보호, 산성비 방지 캠페인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호호바, 코코넛, 바나나 등의 천연식물 원료만을 사용한 화장품과 목욕제품 등을 취급하고 있는데 품목당 10달러를 넘지 않는 합리적 가격정책에 화장품의 리필(내용물 갈아끼기)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보디숍외에 환경을 생각하는 유명 화장품으로는 영국의 넥타, 미국의 오리진 등이 있다.<박희자 기자>박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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