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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한·중 외무 등 접촉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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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한·중 외무 등 접촉 본격화

입력
199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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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태도표명 없이 “시간벌기”/조기처리 요청에 “이해한다” 주목/북 반발 무마위해 명분 쌓아갈듯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조기 「서울행」이 유보적인 상황에 빠져있다. 14일 싱가포르서 열린 한중 외무장관회담의 결과도 그렇고 베이징(북경)에서 이뤄지고 있는 비공식접촉의 결과 역시 아직은 뚜렷한게 없다.

양측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원칙적인 입장교환을 하는데 그쳤을 뿐 본격적인 절충을 시도하지 못했다. 베이징에서도 비공식접촉이 이뤄지고 있으나 중국측은 예의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유광석 외무부아태국장은 『중국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은 사안이 중대하고 검토요소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중국과의 협의 수준은 한국 송환원칙을 합의하는데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으며 제3국 경유등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중국의 첸지천(전기침) 외교부장은 『우리는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일단 발을 뺐다. 이는 중국측이 태도를 명백히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시사 한 것이다. 즉 중국측은 남북한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정한 「냉각기」를 갖고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판단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측은 『북한은 남한과는 상반된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주장도 상당한 변수가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렇게 표면적인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날 회담의 결과는 상대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게 됐다. 그러나 유종하 외무장관 등 우리측의 참석자들은 쉽게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중국측의 외교행태에 비추어 아직 실망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장관 등은 오히려 전부장이 황의 망명사건을 인식하는 기본적인 방향에는 기대해 볼 만한 요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중국측은 망명사건의 조기 처리를 희망하는 우리의 입장에 대해 「주의하겠다」는 표현대신 「이해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중국측은 회담에서 망명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를 유달리 강조했다. 이는 우리의 원칙적인 요구사항인 「황의 자유의사 존중, 인도주의적 고려 등 국제관례에 따른 문제해결」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우리측의 판단이다. 이와함께 중국측이 황의 망명사건 처리를 위해 우리측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긍적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황장엽이 무사하게 서울로 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있는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측은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에 대한 「명분쌓기」과정을 거칠 것이 분명하다. 중국측은 상황을 파악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태도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유장관은 국제관례에 따른 망명사건의 조기처리를 강력히 요청했다. 중국측이 북·중간의 특수관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등 국제적인 틀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싱가포르회담과 베이징접촉을 통해 확인된 사항은 중국측이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싱가포르="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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