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에는 대통령의 경제외교 활동과 관련된 이색적인 분석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의 해외수출에 얼마만큼이나 기여하고 있는가를 점검·평가한 기사였다. 이 신문은 대외무역부 등 관계당국의 통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시라크 대통령의 「수출 기여도」를 구체적인 수치로 뽑아냈다.
조사분석 결과 시라크 대통령의 공헌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95년 5월 취임 이래 지난해말까지 프랑스 기업들이 외국과 체결한 대형 수출계약고는 약 1,700억프랑(26조원)이었는데 이중 10%가량이 시라크 대통령의 「활약」결과인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4월 중국에 에어버스항공기 30대(24억프랑)를 판매한 것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에 30억프랑 규모의 유로 헬리콥터, 시리아에 기관차 32대(4억프랑), 폴란드에 3억프랑규모의 군사통신장비 수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같은 대규모 수출 계약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과연 계약이 성사됐을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계약의 성사여부를 가르는 민감한 시점마다 상대국 정상 등 파트너에게 전화를 직접 걸거나 친서를 보내 지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자국 물건을 팔기 위한 것이라면 격식도 체면도 가리지 않는다.
외국정상이나 기업인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최고의 환대를 하며 즉석에서 무역담판을 짓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 파리에서 열린 국제현대미술견본시장(FIAC)행사 당시 시라크 대통령은 한국에서 온 화상 등 미술관계자들을 전원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리셉션을 베풀었다. 이 역시 프랑스미술품의 한국시장 수출을 겨냥한 판촉지원의 일환이었다.
지난해 해외 15개국을 순방한 시라크 대통령은 연말의 TV대담에서 『나는 외국을 방문할 때 한가지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그것은 프랑스물건을 파는 것이다』라며 자신을 외판원에 비유했다.
군사냉전시대가 가고 세계가 바야흐로 경제열전시대로 접어들면서 국가지도자의 자격조건에 이같은 세일즈 능력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고 샤를르 드골 프랑스대통령이 재임시 일본의 총리를 『트랜지스터 세일즈맨』이라고 비하하며 면담을 거절했던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프랑스언론마저 이제는 대통령의 수출성적을 매길 정도가 됐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헬무트 콜 독일총리 등도 뛰어난 세일즈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도 무역적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세일즈부문 평점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데도 이점 확실히 고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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