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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옷의 거품(패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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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옷의 거품(패션칼럼)

입력
199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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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한국사람들은 의복에 큰 비중을 두어 왔다. 의·식·주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입을 것을 먹을 것, 사는 장소보다 먼저 챙겼다.옷을 잘 입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다. 옷입기로 흔히 사회적 신분, 빈부가 표현되며 신세대들일수록 옷 입기로 어떤 감성을 가지고 어떤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인가를 다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을 부의 표현이나 과시로 삼아서는 잘못이다. 우리가 현재 입는 옷은 우리의 전통의복이 아니라 서양문화와 함께 밀려들어온 서양옷이니까 서양인들처럼 우리가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는 착장문화를 정착시키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면이 있다. 그러나 모임에 가는 주부나 출근하는 직장여성이 과장되게 표현된 색상의 옷, 장식이 가득한 화려한 옷을 선택하고 청소년들이 특정브랜드의 마크가 달린 옷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은 슬픈 이야기다.

파리는 언뜻 생각하기에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사치가 엄청날 것 같지만 실생활에 접하는 그들의 의복생활은 놀라울 정도로 검소하다. 또 합리적이다. 세계 최고급패션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겉의 화려함 뒤에 합리적인 옷입기의 질서가 숨어 있다. 파리사람들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과장된 것을 싫어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도 된다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드러냄일지도 모른다. 원래 과장된 물건으로 꾸미거나 특정유행을 좇아가는 것은 내면의 자신감 부족을 의미하는 법이니까.

외국 유명브랜드들이 물밀듯 국내에 들어오고 고급브랜드일수록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파리에서는 극소수를 위한 옷들이 우리시장에서는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오로지 그것이 외국 것이고 유명한 것이라는 점 외에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홍은주 디자이너·알토그룹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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