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적대 포기 주장… 이념색채 안보여황장엽은 베이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서 통일에 관한 그의 번민과 나름대로의 통일관을 피력했다. 그는 자신의 망명동기가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술서에 따르면 황은 남측인사들과 통일문제를 「넓은 범위」에서 협의하기 위해 북을 탈출했다.
황의 통일관은 남북한에 대한 「양비론적」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그의 망명은 북한체제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진술서 대로라면 남북 모두의 자세변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같다.
이같은 통일관은 그를 과거 귀순자들과 확연하게 구분하게 하는 점이다. 황은 단순히 북한체제의 모순을 지적 했을 뿐아니라 남측에 대해서도 신랄한 어조로 『민족의 적지않은 부분이 굶주리고 있는데 관심없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서두에서 북한체제는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남측으로의 흡수통일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황은 남측에 대해서도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황은 『민족이 분열된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서로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다』며 상호 인식의 변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황은 북한 최고수준의 철학자이며 사상가 이면서도 진술서 전반에 일체 이념의 색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념문제를 통일의 관련요소로 고려치 않고 있다.
그는 결국 북측에 대해서 허구적인 이념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을 뿐아니라, 남측에 대해서도 대결적 통일관의 포기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통일관이 「감상주의적 망상」으로, 아니면 「선구자적 예지」로 평가를 받을지는 그의 말대로 역사에 맡겨야 할 것같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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