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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사라진 한복/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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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사라진 한복/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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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인 가치와 실용성, 전통미와 현대성의 양립은 어려운 문제지만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문체부가 한복 입는 날을 제정한 이후 「생활한복」이라고 부르는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생활에 맞게 모양을 고치고, 손질이 쉬운 천을 택해 편리한 기능성을 부각시킨 한복이다. 지난 설에는 이런 차림으로 세배를 다녀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생활한복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이 지난 요즘도 거리에서 생활한복 입은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되며 매달 1회 정해진 한복 입는 날에는 이 옷을 입고 근무를 하는 직장풍경이 신문지상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활한복으로 불리는 이런 옷들을 볼 때마다 그것이 과연 우리옷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기능은 강조되었으나 한복의 아름다음에서 뺄 수 없는 하얀 동정, 깃과 도련에 보이던 날렵한 곡선을 몽땅 없애놓았다. 한복의 독특한 멋이 너무 약화되어 있다. 「생활복」이라는 데는 수긍할 수 있지만 「한복」이나 「우리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있는 옷들로 보인다.

게다가 때를 만난듯 붐을 일으키며 늘어난 생활한복점들 중에는 싼 천에 조악한 바느질, 그리고 디자인이랍시고 멋대로 모양을 뜯어 고쳐 영낙없는 국적 불명의 싸구려 옷을 만들어 놓은 곳도 적지 않다. 금은박을 여기저기 박고 패티코트를 받쳐 입게 하고, 치마폭을 넓게 해 무대복 같이 만든 요란한 한복도 전통한복의 조촐한 맵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생활한복 역시 마찬가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손상하고 잘못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다.

한복 입는 날의 제정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옷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리고 보급시키는 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아쉽다. 한복으로 돈을 벌고 이름도 알려진 소위 유명 한복 디자이너들이 이런 때 나서면 한복으로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진정 우리의 전통과 복식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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