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계이론 근거 뿌리째 흔들… 의미 애써 축소/비NL계“주체사상 퇴색 운동양상 새 전기 될 것”황장엽의 망명소식은 학생운동권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운동권의 주류를 형성해온 주사파(민족해방·NL계열)는 지난해 11월 주요대학 학생회선거에서 대거 패퇴한데 이어 이번 사건으로 이론적 존립근거마저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황장엽의 저서나 문건이 그동안 운동권 내부의 사상학습교재로 활용되는 등 주체사상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져 온데 따른 것.
13일 각 대학 총학생회는 나름대로 망명동기와 의미 등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대체로 NL계열은 망명의미를 애써 폄하했으나 비NL계열에서는 학생운동 양상변화의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는 등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NL계열인 중앙대총학생회의 한 간부는 『솔직히 그의 망명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충격」을 표시하며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 등 악재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한 간부는 『그가 주체사상을 체계화하는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나 사상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학생도 『망명동기가 결코 주체사상에 대한 포기 때문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NL계열인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 간부는 『주체사상과 한국사회변혁운동의 연결고리가 떨어져 나갔다』고 단정짓고 『NL계열 내부에서 회의를 품어온 상당수가 주체사상을 포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문제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이종석(39) 박사는 『황비서의 망명이 NL계열에 상당한 심리적 혼란과 타격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조직의 관성 때문에 충격이 즉각적인 파산선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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