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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급 기밀 베일 벗겨진다/황장엽 망명­정보파일 뭘 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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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급 기밀 베일 벗겨진다/황장엽 망명­정보파일 뭘 풀어낼까

입력
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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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동향·핵개발·경제현황 등/남한고첩 실상 등도 밝혀질듯/남북·북­미 관계에 엄청난 격변 예고황장엽의 망명에 따라 그가 지니고 있을 북한의 핵심 정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입을 통해 북한 최고 권력층의 실체와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력 등 북한 내부의 1급 기밀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김정일 집무실 테이블 멤버도 이번에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의 증언에 따라 우리나 미국·일본 등의 정보당국은 대북 정세분석·판단 보고서를 다시 써야 할 지도 모른다.

황은 김정일의 스승이었을 뿐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의장, 노동당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당 국제부장과 국제담당 비서 등 30여년간 최고위급 요직을 두루 거쳤고 90년 이후에도 중국·쿠바·미국·인도·영국·러시아·프랑스·일본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다. 예산, 대남, 외교, 군사 등 각 방면에서 북한 내부사정과 대외관계에 정통해 있다.

특히 황은 최고위급 외교 전문가로 80년대 핵개발을 위한 기술 수입 및 대미 핵협상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보유 비밀이 확인될 경우 앞으로 남북 관계 및 북·미관계는 엄청난 격변 상황을 맞을수도 있다.

또 황은 북한의 제3세계 비동맹 외교를 이끌던 주역이었다. 따라서 연 5억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대외 무기 밀매 커넥션도 상당 부분 베일이 벗겨질 수 있을 것으로 정보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황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남 사업 책임자였다는 점에서는 남한내 고정간첩 등 친북세력의 현황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은 북한의 권력갈등 양상, 대남·대외 정책, 경제난을 비롯한 체제 불안 정도, 김정일의 권력승계 일정과 국가 발전 시나리오 등도 속속들이 파헤쳐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황의 증언에 기대가 쏠리는 또다른 이유는 김정일 또래를 비롯해 현재 실세 그룹들이 대부분 그의 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60년대 북한 최고의 엘리트 양성기관인 김일성종합대 총장을 역임했다. 김정일뿐 아니라 김정일의 오른팔로서 제2인자이자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도 그에게서 철학 강의를 들었던 제자다. 91년 장성택의 부상을 견제한다는 소문이 노동당 1호 청사에 떠돌았을 때 장성택은 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찾아가는 황에게 자문을 구했다. 황은 권력내부의 미묘한 갈등 기류나 이상 동향이 발생할 때마다 관계자들로부터 하소연과 정보를 듣고 자문을 해주면서 「본의 아닌 정보 센터」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황의 집안은 북한내 최고 가문 중 하나다. 한 귀순자에 따르면 황이 모스크바 유학시절 연애결혼한 부인 박승옥은 김일성의 딸인 경희(김정일의 친동생)·경진(김정일의 이복동생)의 가정교사를 지낸 인텔리다. 아들 경모는 장성택 누나의 사위며 둘째딸인 노선은 북한 의학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전문 의료인으로 알려졌다. 북한 권력층에 혁명 1세대의 노인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은 의사인 딸 노선을 통해 중요 정보인 주요 인사들의 건강 상태도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황은 최근 경제지원 요청 사절단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러시아 연해주의 남북한 농업 합작 사업에 간여하는 등 북한 최대의 과제인 경제발전 정책에도 발을 들여놨다. 그가 일본에서 김정일의 가을 최고 권력직 승계를 예고한 것도 북한 정황에 대한 그의 자신감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장막에 싸인 북한의 권력 동향과 정책노선에 최근 접해 있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폐쇄돼 있다는 북한의 사정을 증언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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