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이후 10년/세상은 분명히 변했다6월 항쟁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인가. 아마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변화」일 것이다. 민주화, 개혁, 포스트 모더니즘, 정보화, 문명전환, 그리고 세계화에 이르기까지 결국 「변화」라는 말로 집약된다. 그런가? 우리 사회는 정말 변화한 것일까?
노동법 안기부법 파문과 연이은 한보 사태를 보면서 도대체 10년 전과 지금이 달라진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힘겹고 10년 전의 힘있는 자, 가졌던 자들은 지금도 그대로다. 10년 전 거리를 메웠던 「넥타이」들은 또다시 거리로 몰려든다. 어쩌면 우리는 지난 10년간 「변화」라는 말에 취해 정작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 아닐까?
나의 이런 의문은 최근 한 젊은 가수의 음반을 들으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정열의 데뷔음반 「On The Ground」다. 나는 그를 얼마전 종묘공원에서 열렸던 「날치기 규탄대회」에서 보았다. 이정열은 몸을 흔들고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그 바람 앞에 서면」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은 「규탄대회」의 투쟁적인 분위기에서 전혀 튀지 않았고 오히려 묘하게 어울렸다. 방금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쳤던 관중들은 그의 노래에 손뼉을 맞추었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10년전 우리세대의 노래패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했고 엄숙했다. 웃지 않았고 웃을 수도 없었다. 무대 위에서 뛰어다닐 수는 더더욱 없었다. 우리는 늘 무거워야 한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집회 무대에 선 신세대 가수는 조금도 구김이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10년 전이라면 「진지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을 테지만 그것이야말로 10년 전의 사고방식일 뿐이다. 이정열은 나름의 진지함으로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감정을 표현하고 그를 통해 역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정열의 음반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성취한 변화의 폭을 읽는다. 세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엄숙하게만 대응했던 세대를 넘어 세상에 대해 몸으로 반응하고 감각으로 대응하면서도 역사의 흐름과 사회의 현실을 놓치지 않고 천착할 줄 아는 세대의 등장. 구질서의 마지막 안간힘이 얼핏 변화를 은폐하고 있는 동안에도 변화의 물결은 이렇게 도도한 것이다.<김창남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문화평론가>김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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