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술서는 황장엽이 직접 썼고 김덕홍과 함께 밑에 서명했다. 다음은 외무부가 공개한 16절지 3쪽 분량의 자술서 전문이다.(문장에 나타난 맞춤법은 원문 그대로이다)『나는 50여년간 조선로동당원으로서 성실히 일하여왔다. 뿐만아니라 조선로동당과 그 령도자의 두터운 사랑과 배려를 받아왔다. 따라서 조선로동당과 그 령도자들에 대하여서는 감사의 정이 있을뿐 사소한 다른 의견도 없다. 또 지금 공화국이 경제적으로 좀 난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잘 단결되여 있기 때문에 공화국이 붕괴될 위험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내가 모든 것을 버리고 남으로 넘어갈 것을 결의하게 되였다는 것을 알게되며(면) 나의 가족부터 시작하여 내가 미쳤다고 평가할 것이다. 나 자신 자기가 미쳤다고도 생각 할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나만 미쳤겠는가 하는 것이다. 민족이 분렬된지 반세기가 넘었는데 조국을 통일한다고 떠들면서도 서로 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심지어 상대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또 로동자 농민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로동자 농민을 위한 리상사회를 건설하였다고 떠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한편 민족의 적지않은 부분이 굶주리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서는 관심이 없이 시위만 벌리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저로써는 리해하기 어렵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결국 우리민족을 불행으로 구원하기위한 문제를 좀더 넓은 범위에서 협의하고 싶은 심정에서 북을 떠나 남의 인사들과 협의해 보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내 운명에 대하여는 시대의 흐름에 맡기고 나의 행동의 평가는 력사에 맡기려고 한다.
나의 여생은 얼마남지 않았다. 나는 정치에서 실패한 사람이다. 나는 어느 편에 서서 한몫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또 오래 살고 싶지도 않다. 가족들은 내가 오늘로 이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가능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남과 북의 화해와 통일에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다.
이번 일본을 방문하여 총련의 존경하는 벗들이 극진히 환대 하여준데 대하여 감사(하게)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 비길데 없다. 나를 아는 모든 벗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주기 바란다. 중국에서 일을 일으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중국벗들에게 폐를 끼친데 대하여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황장엽 1997·2·12
김덕홍 199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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