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범 적용·국제사회에 지원요청도 병행/범법자 아니라 중도 망명불허·북 송환 못할듯정부는 황장엽의 조속한 한국행을 위해 다각적인 대응책마련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정부채널을 통한 교섭, 국제법적인 검토,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지원요청 등 세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황의 한국행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황의 망명요청이 개인적 이해관계나 파렴치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만큼 중국이 국제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망명불허」나 「북한으로의 귀환」 추진은 거의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정부는 우선 조기송환에 초점을 맞춰 한중 정부간 실무교섭에 힘을 쏟고 있다. 아태국장, 주중공사를 지내 중국사정에 밝은 김하중 외무장관 특보를 13일 상오 중국에 급파, 주중대사관의 실무교섭을 지원토록 했다. 당초 고위대표단 파견도 고려됐으나 북한과의 외교관계 때문에 사안을 조용히 다루려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한 것이다.
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외무장관회의에 외무차관을 대신 보내려던 계획을 다시 바꿔 유종하 장관을 파견, 직접 첸지천(전기침) 중국외교부장을 만나 중국정부의 결단을 촉구키로 했다.
정부는 중국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사태의 조기해결이냐 장기국면 돌입이냐」를 재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함께 국제적인 규범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이 황의 망명을 남한당국의 「납치」사건으로 규정하며 중국측에 망명불허를 촉구하고 있어 중국도 제3자를 끌어들여 객관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중국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가입국으로 이날 확인됐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더라도 국제법적인 절차와 규범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UNHCR베이징사무소가 없으나 이 기구를 대신해 국제관례에 따라 난민 등의 망명절차를 대행하는 유엔개발계획(UNDP)사무소가 파견돼 있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마지막으로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의 협조를 요청해 놓고 있다. 정부는 13일 박건우 주미대사 등을 통해 미국에 협조를 요청, 『국제적인 규범과 관례에 따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확보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ASEM외무장관회의 무대를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이 사안이 「인권문제」임을 들어 미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고 중국도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중국의 태도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당혹과 고심속에 입장정리에 분주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측의 주장을 수용하든, 우리측의 입장을 받아들이든 어느 한편과의 관계악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이번 사건이 베이징(북경)을 통한 북한주민 망명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중국이 마냥 시간을 끌다가 제3국 추방 등을 통해 황의 망명문제를 떨쳐버릴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그럴 공산은 많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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