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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프로 갈수록 ‘눈덩이’(우리 방송 건강한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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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프로 갈수록 ‘눈덩이’(우리 방송 건강한가:5)

입력
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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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8,946만달러 연 41% 증가/미 제작 외화·만화영화 74% 편중/올 종일방송 실시땐 더 늘어날듯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시내 각 백화점 장난감 코너와 장난감 가게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아이들을 위해 뒤늦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이 두 줄로 늘어선 것이다. 남자아이용은 「지구용사 선가드」, 여자아이용은 「천사요술봉」.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장난감들은 TV에 등장하는 일본 만화영화의 주인공이거나 그 주인공의 장신구. 방송 70주년이 되도록, 만화영화 한 편 제대로 못만들고 수입에만 의존해온 후진적 제작관행이 만들어낸 작은 소동이었다.

현재 우리 방송의 전체 편성 중 수입 프로그램의 비율은 8∼12% 정도. 하지만 케이블TV가 등장하고 지역민방·위성방송 등이 줄줄이 개국하는 본격적인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프로그램 수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신동진 방송위선임연구원이 지난해말 발표한 보고서 「WTO 시대의 외국 프로그램 수입정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방송 3사의 프로그램 수입총액은 8,946만 달러로 연평균 41.4%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공보처의 「선진방송 5개년계획」에 따라 낮 12시부터 하오 5시까지도 방송하는 종일방송제가 도입되면, 수입증가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는 WTO시대, 무작정 규제만할 수는 없다. 오히려 좋은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이며 동시에 국내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따라서 올바른 프로그램 수출·수입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수입의 경우 특정장르와 특정국가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 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외화와 만화영화로 전체의 각각 71%와 11%를 차지한다. 또 이 가운데 74%가 미국에서 건너온 프로그램들이다. 「최소 투자, 최대 효과」를 노리는 방송의 얄팍한 제작관행 때문이다. 예를들어 만화영화의 경우 30분 한 편당 제작비는 1억∼2억원이지만, 똑같은 분량의 수입원가는 1,500만∼2,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수출은 극히 부진한 실정. 간혹 홍콩 스타TV 등으로 진출하는 드라마가 있지만, 전체 수출 상황은 집계조차 안될 정도로 저조하다. 국내 시장에만 매달려 「그날 찍어 다음날 방송하는」 졸속제작으로는 도저히 국제시장진출을 넘볼 수 없다. 늘어나는 수입량, 전망없는 수출길. 방송분야의 「보이지 않는 무역역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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