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내 대통령서명실. 긴 테이블 주위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등 이른바 미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민주 공화양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마주 앉았다.국정협의를 위해 대통령이 의회를 방문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날 분위기는 이례적으로 화기애애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2기 취임후 처음 갖는 양당지도자 협상회의에 응한 형식 때문이다.
이날 협상은 국정현안을 협의하자는 공화당측의 초청 제의를 클린턴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졌다. 장소를 백악관으로 해도 될 일이었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마저 바꾸며 즉각 응했다.
그가 2기 행정부의 국방장관에 공화당 인사인 윌리엄 코언을 기용하고 취임과 국정연설을 통해 「국가통합」을 새 국정지표로 제시하며 누차 강조해 온 「초당적 화합」메시지의 실천이었다.
클린턴은 강력한 미국 건설과 국익을 위해 당파간의 소모성 논쟁이 지양돼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과의 「여소야대」정국 싸움으로 마지막 4년 임기를 소진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이다. 공화당측 사정도 다급하다. 연이은 대선 참패와 깅그리치 의장의 윤리위 규정위반 사건, 「구세대」퇴진 등으로 인한 지도력 공백 상태에서 정쟁에만 매달릴 수 없는 입장이다.
이날 양당이 합의한 사항은 주요 현안인 2002년까지 균형예산 달성, 교육개혁, 청소년범죄대책, 워싱턴DC 재정문제, 조세제도 개정에 관한 행정부와 의회 사전협의 등이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의 관측처럼 합의는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고 선거자금개혁 등 「예민한」사항에 대해서는 명백한 이견이 노출됐다. 양당간에 쉽사리 메울 수 없는 간격 탓이다.
양당이 보다 무게를 둔 이날의 의미는 새로운 화합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회담후 『우리가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깅그리치 의장은 『진정한 대화를 시작할 기회』라고 화답했다. 국정 난맥상이 노출될 때마다 여야 영수회담을 열자, 안된다고 공방하는 우리 처지로는 부러움만 앞선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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