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를 추지못했던 ‘왈츠의 왕’ 슈트라우스/바흐 ‘마태 수난곡’의 산실 성 토마스교회/기자가 순례한 명곡의 고향음악은 만국의 공통어라고 한다. 우주에 존재할지 모를 외계인과의 조우에 대비, 무인우주선 보이저호가 싣고 간 인류의 메시지도 그래서 바흐의 음악이 선택됐다. 우리가 즐겨 듣고 부르는 음악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기행의 기쁨은 다른 어떤 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세계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의 탄생에 얽힌 뒷 이야기와 작곡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명곡의 고향을 찾아-세계의 음악기행」(작은 사진)이 한국문원에서 나왔다. 지은이는 김성우 한국일보 논설고문으로 본보에 연재했던 취재기를 모은 것이다.
명곡의 산실을 찾아보는 기행은 지중해의 이탈리아와 마요르카, 북유럽의 노르웨이, 체코, 아일랜드, 미국의 스와니강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음역이지만 그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노래하듯 즐거운 여행이 돼버린다. 기행의 첫 발길은 자연스럽게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의 생가가 있는 독일의 광산촌 아이제나흐로 향한다. 300여년이 지난 고옥과 불후의 명곡 「마태수난곡」의 산실로 만년의 바흐가 27년간 창작활동을 하다 숨진 성토마스교회를 둘러보는 동안 위대한 음악가의 삶이 눈앞에 잡히는듯 선하다. 오스트리아 빈 동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로라우. 웬만한 지도에는 나타나지도 않는 이 고장은 하이든의 고향이라는 사실 때문에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순례객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큰 길가에 있는 하얀 벽의 길쭉한 초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렇게 초라한 농가에서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 태어나다니-베토벤」이라고 쓰여진 벽과 만난다.
문밖 출입도 하지 않은채 24일만에 써낸 헨델의 「메시아」, 빈 시민 중에서 유일하게 왈츠를 추지 못했던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침대에 누워 작곡을 하다가 오선지가 바닥에 떨어지면 줍기 귀찮아 다른 오선지에 새로 썼다는 게으름뱅이 로시니가 13일만에 완성한 「세비야의 이발사」 등 명곡의 무대 30여곳을 둘러보고 있다. 지은이는 명곡의 산실은 초라했고 수백년이 지나 고옥이 됐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음악은 어제 흐르기 시작한 물처럼 아직도 젊다고 음악의 위대성을 예찬하고 있다.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포스터 등 명곡의 고향으로 안내하는 그의 발길은 안단테이지만 그가 쏟아내는 붓끝은 경쾌하고 빠른 알레그로풍으로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1만2,000원.<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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