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안회의 소집 남북관계 검토한보사태 파문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던 청와대와 정부는 12일 북한의 황장엽 노동당국제담당비서가 한국 망명을 요청해오자 모처럼만에 활기를 되찾아 통일안보조정회의에 이어 관계부처별로 대책회의를 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또 그동안 격심한 정쟁을 벌이던 정치권도 황장엽의 망명이 한보사태 수사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상오 황장엽의 망명 직후 관계기관으로부터 자세히 보고받은뒤 외교상황 등을 고려, 정부발표전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날 하오 통일안보조정회의에 참석했던 김광일 비서실장으로 부터 정부대책 등을 보고받았으나 하오 4시에 주례보고를 한 이홍구 신한국당대표에게도 이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이대표에게 조차 말씀을 하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처리를 위해 노력했다』며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마찰없이 빠른 시일안에 황장엽을 서울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기 통일부총리는 이날 하오 시내모처에서 유종하 외무·김동진 국방장관과 권영해 안기부장,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통일안보조정회의를 소집, 황장엽의 신병처리절차 및 대중국 외교교섭대책, 북한의 반응과 남북관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통일원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이같은 사건이 터져나와 당분간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무부는 비상체제로 전환한 외교정책실과 아·태국을 주축으로 베이징(북경)주재 우리 대사관과 상시 연락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통일원 안기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조에 만전을 기울였다.
유종하 장관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무장관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출국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뒤 외무부로 돌아와 주요 실무간부들을 긴급 소집, 협상대책 등을 집중 숙의했다.
○…여당은 황장엽의 망명으로 한보파동이 수그러들 것으로 내심 기대했으나 야당측은 야권이 북한변수를 한보사태 진화에 악용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신한국당 김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황비서의 귀순을 계기로 더욱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내부단합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또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북한 정세에 관한 신중한 판단과 엄중한 대비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으며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황비서의 망명은 환영하지만 여권이 이를 악용해 한보사태 의혹을 남긴채 끝내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손태규·김병찬·김광덕 기자>손태규·김병찬·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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