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운영자금 불법대출/‘모 은행서 외압’ 등 제기한보철강에 1조2,000억여원의 시설자금을 대출해준 리스업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전국 21개 리스회사들의 대출규모는 은행권(3조3,558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관련업계 주변에서는 ▲대출자금의 상당부분이 운영자금으로 불법 전용됐으며 ▲시중은행의 자회사인 일부 리스사는 외압을 받고 자금을 대출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리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보철강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92년은 6공정권말 신설된 11개 리스사의 가세로 리스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시기』라며 『일부 리스회사들이 당시 최대고객인 한보철강과 거래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편법 대출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스사들은 「공리스」 「중복리스」 「과대계상리스」 등 모든 편법수단을 총동원했다』며 『검찰이 이미 관련자료를 넘겨받아 조사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공리스」란 설비를 빌려주지 않았는데도 빌려준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수법이며 「중복리스」는 한 물건에 대해 여러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어 운전자금을 대출해주는 방법이다.
K리스의 한 관계자도 운영자금의 편법대출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그는 『한보철강은 「시설재의 발주처와 가격은 이용자가 고른다」는 업계관행을 철저히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보철강의 경우 하청업체와 짜고 시설물 가격을 2∼3배이상 부풀렸으며 경쟁에 내몰린 리스회사도 이를 묵인, 수천억원의 운영자금이 불법 대출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의혹은 이미 95년말 재정경제원이 지방소재 20개 리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감사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재경원은 당시 리스회사에 대한 감사에서 483건 3,556억원규모의 위법리스행위를 적발했는데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한보철강에 대한 3,000억원의 「불법대출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리스회사를 둘러싼 또다른 의혹은 은행계열 리스사들의 외압대출 여부다. 은행법이나 규정상 한보철강 등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불가능한 일부 은행이 자회사인 리스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여신이 제한돼있는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 자체로는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실적이 전혀 없지만 자회사인 기업리스와 국민리스는 각각 1,490억원과 820억원을 한보철강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들은 『그동안 리스회사 임원들은 모회사인 시중은행에서 임기를 마친 임원들이 낙하산식으로 내려왔다』며 『회사임원들이 외부 실력자의 부탁을 받고 한보철강에 거액의 리스 자금을 대출해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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