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발렌타인은 두 사람이다. 한사람은 3세기 로마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기독교도 대학살 때 순교한 가톨릭 사제다. 그가 묻힌 로마 근교 플라미니아에는 나중에 그를 기념하는 성당이 세워졌다.또 한사람은 이탈리아 중부도시 테르니의 주교로, 역시 3세기 기독교 박해때 순교했다. 이 두 사람이 이름이 같고, 같은 때 순교한 탓에 그들의 얘기가 후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한사람처럼 와전된 것 같다고 대영백과사전은 추측하고 있다.
내일 2월14일은 원래 그 성 발렌타인의 순교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것이 어떻게 돼서 젊은 연인들의 축일이 되고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으로 이어졌는지는 백과사전도 그 까닭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로마인의 풍년기원축제가 2월15일이고, 그때가 마침 새들의 짝짓기 철이어서, 순교기념일의 이름에 축제와 계절의 풍습이 합쳐진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보통명사 「발렌타인」의 사전적 풀이는 「연인들의 축일인 성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해 교환하는 축하 카드」다. 축하엽서의 이름인 셈이다. 실제로 크리스마스나 생일 카드, 연하엽서 같은 모든 축하 카드의 효시가 바로 이 발렌타인 카드다. 16세기에 처음 나타나 1800년대부터는 동판으로 찍어 채색한 것이 등장했고, 그 뒤를 목판·석판카드가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관습 역시 그 연유를 아는 사람이 없지만, 제나라 명절은 제쳐두고 이런 남의 나라 축일에 들뜬 우리의 청년문화도 정체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보도에 따르면 호텔과 백화점들이 무료숙박권에 한끼 10만원이 넘는 식사메뉴와 선물세트로 젊은이들의 탈선과 사치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1억몇천만원짜리 「떡」이 난무하는 마당에 10만원쯤이 돈으로 보이겠는가. 그 「눈먼 돈」에 나라가 송두리째 결딴이 날 판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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