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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체제 몰락의 서막”/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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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체제 몰락의 서막”/전문가 진단

입력
199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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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계층·군부동요 계기/북 당장 붕괴 속단은 금물12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비서 황장엽의 망명소식이 알려지자 각계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김정일체제 붕괴의 서막으로 진단하면서 북한 상층부에 일고 있는 심상찮은 변화조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학준 인천시립대 총장=북한 권력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핵심중의 핵심인 황장엽의 망명은 김정일 정권의 조종이 울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주체사상의 창시자이며 수호자로서 북한 체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특히 그는 김정일 체제의 이론적인 대부이며 우상화작업의 총책이다. 현재 북한의 장래에 대해 「붕괴가 진행중」이라거나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란 두가지 의견이 있는데 그의 망명은 전자를 나타내는 징후이다.

△정시성 전남북회담 사무국장=황장엽의 망명은 북한 상층부의 동요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는 김일성 사후 상당한 회의를 느낀 것 같다. 북한 내부도 그동안 김정일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았으나 실재로는 동요가 많았던 것 같다. 그의 망명은 앞으로 또다른 북한 고위층의 망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망명으로 인해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온다거나 북한이 당장 무너진다는 식의 속단은 금물이다.

△이병용 전민족통일연구원 원장=북한 체제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을 입증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북한 귀순자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특히 상층 엘리트계층의 망명이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곧 체제 붕괴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북한내 권력구조 자체에 모종의 큰 변화가 생겼음을 말해주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현 김정일 체제가 내부적으로 상당히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동복 자민련의원=황장엽의 망명은 곧 김정일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김정일은 북한 군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는데 이젠 그 꼭두각시 역할 조차 끝난 것이다. 사실 그동안 황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측 관계자들에게 감지돼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차영구 국방부정책기획차장=황장엽은 과거 망명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최고위급으로,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람이 「적국」으로의 망명을 결심하기까지에는 체제에 대한 환멸은 물론 김정일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그의 망명은 북한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건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1급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을 우려, 북한내 반김정일 세력 또는 반체제 세력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시와 숙청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북한은 또다시 생떼를 쓸 가능성이 높으며 내부수습을 위해 우리측에 도발이나 군사적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김창순 북한연구소 이사장=주체사상을 체계화한 장본인이자 김정일을 키운 사람이 망명을 했으니 김정일은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의 망명은 북한체제에 심대한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며 북한 엘리트계층이나 군부내 소장장교의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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