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두명의 국회의원이 한보의 검은 돈과 관련, 구속된데 이어 현직 내무장관과 국회재경위원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도대체 대통령 측근들의 부패행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민심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수습하려 하지 않으니 어처구니 없다.한보사건 파문으로 인한 오늘의 상황은 한마디로 엄청난 위기상황,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다. 사회의 도덕성도, 기강도, 권위도 무너지고 흐트러진 가운데 정부와 집권당마저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등 나라 전체가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단순한 정권적 위기 차원을 넘어 국가적 위기가 분명한 것이다.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김대통령 뿐이다. 단호한 결단으로 한보관련 비리를 규명한 뒤 과감한 위기극복 처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날 박영복 사건, 장영자 사기사건, 수서비리 등 역대정권 때마다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민심의 상당부분은 정부의 수습노력을 수긍하고 이해했었다. 하지만 이번 한보사건의 경우 거의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정부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한보사건의 비리규모와 충격과 파문이 너무나 엄청난 것도 그렇지만 민심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에 국민이 허탈감을 넘어 깊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이 정부가 출범때 부정부패 척결을 제1의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을 비롯, 어느 정부보다 도덕성 및 정경유착과의 단절을 강조, 호언했고 권력과 권위파괴에 의한 민주화와 문민정부를 너무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최측근들이 한보사건에 줄줄이 연루됐다. 이 정부가 근치를 약속했던 한국병이 바로 핵심권력 주변에서 퇴치는 커녕 독버섯처럼 자랐던 것이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현직 내무장관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내무장관은 치안과 사회기강 유지, 그리고 지방의 행정을 관장하는 소총리 아닌가. 여기에다 국회 핵심상임위인 재경위원장이 소환된 것 역시 엄청난 사건이다. 모두 김대통령 정부의 측근 실세들이어서 국민의 실망은 더한 것이다.
지금 한보폭풍으로 온 국민과 각계는 한숨과 분노로 일손을 놓고 망연자실하고 있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잇단 비리판명으로 권위도 신뢰도 오간데 없이 휘청거리고 있다. 잇따른 어음부도 등 경제는 최악이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오늘의 위기상황은 웬만한 처방으로는 치유도 수술도 어림도 없다. 김대통령이 나서서 측근에서부터 내각과 정부의 관계인사들의 한보사건 비리와 금융특혜에 따른 외압여부, 그리고 제철회사의 허가경위 등 한보관계의 모든 것을 국민앞에 해명하고 비리관련자는 누구든 가차없이 엄벌케 해야 한다. 그런 후에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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