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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 손’의 정치음모냐/누출되는 ‘정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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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 손’의 정치음모냐/누출되는 ‘정 리스트’

입력
199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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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경위 야릇하고 마녀사냥방식 진행/‘여 핵심의 가지치기’‘한보 모종거래’설한보 리스트를 흘리는 보이지 않는 손은 있는가. 있다면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목적은. 검찰이 정태수 한보총회장의 진술을 통해 확보한 연루 정치인의 숫자는 대략 30여명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언론에 「일방적으로」 유출된 정치인은 지금까지 모두 9명이다. 이가운데 국민회의 김상현·권노갑 의원과 이철용씨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한결같이 신한국당 민주계의 핵심이거나 핵심과 가까운 인물이다. 상황을 만들고 이끄는 컨트롤 타워가 있지 않고선 언론에 내동댕이쳐질 수 없는 인사들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보 리스트유출을 두고 음모의 한 가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거명된 후 줄곧 정치적 음모론을 주장해 온 김덕룡 의원은 12일 당무회의에서 또다시 음해설을 제기했다. 요약하자면 『일련의 과정이 마녀사냥과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보도경위 또한 의심스럽기 짝이 없으며, 특정세력이 반사이익을 취하기 위해 수사과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 ▲한보 ▲검찰내부 ▲민주계 내부 등 다양하다. 김의원이 선뜻 특정세력을 「특정」하지 못하는 것도 상황이 그만큼 복잡한데다, 워낙 여러가지 가능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좁혀지는 듯한 분위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권의 핵심세력과 한보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가고 있다.

김대통령 최측근설은 한보사태의 파장이 자신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계선상의 인물들을 가지치기 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여권내의 세력판도를 재구축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계 핵심중 버릴 수 있는 카드와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카드를 제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보설은 『최상층부의 인물까지 불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띄움으로써 거래를 시도하고, 미운놈까지 찍어 버리는 한보측의 이중 노림수라는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 민주계내부설은 사태를 파워게임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을 잠재움으로써 반사이익을 얻게되는 측이 교묘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민정계 정치인이 단 한명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여권 및 기득세력이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현 집권세력을 뿌리째 뒤흔들기 위해 조직적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어느 설이 맞든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미루어 특정인 혹은 특정세력이 한보 리스트를 쥐고 정치적 딜링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유출된 정치인 중 상당수가 대출외압 규명이라는 검찰수사의 본류와 상관없이 선거자금 수수 등 지류에 연루된 인물들이라는 점도 그렇고, 수사진행 단계 및 상부보고 시기와 유출시점이 아귀가 맞지 않는 점도 그러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 특정인물을 찍지 않고선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생각이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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