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북관계 고려 애매태도 가능성/북,중에 불허 필사적 외교공세 펼듯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한국망명을 요청함으로써 중국 베이징(북경)을 무대로 남북간의 치열한 외교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황이 12일 상오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즉시 이 사실을 중국측에 통보하고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유종하 외무장관은 이날 하오 아시아·유럽정상회(ASEM) 외무장관회의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정종욱 주중대사도 당초 이날 귀국하려던 일정을 늦추면서 중국당국과 황의 망명문제를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황이 「자기발」로 총영사관에 찾아와 망명을 신청한 만큼 한국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주민의 망명신청을 꺼려왔지만 유엔난민협약국에 가입해 있어 망명희망자를 배척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일반적인 국제관례로 보면 중국정부도 황의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당국이 직접 황을 면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제3자를 개입시킬 개연성이 높다. 객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필요할 뿐더러 남북간의 대결에 끼여들어 공연히 오해를 사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측의 이런 낙관론과는 달리 사태가 꼬일 가능성도 적지않다. 중국은 망명을 허용한 전례가 많지않다. 베이징 대신 홍콩이 탈북자 귀순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중국은 북한과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 머뭇거리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더욱이 북한은 이번 사건을 한국측의 「공작」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측에 망명을 불허토록 필사적인 외교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황의 망명은 북한에는 체제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그가 망명할 경우 구중궁궐같은 북한권력층의 속내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것은 물론 북한지도부 붕괴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이징에 포진해있는 요원들을 총동원, 망명저지를 위해 물리적인 방법 등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이 중국 주권을 침해하면서 황의 망명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보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 중국측에 신변안전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해놓고 있다. 황의 한국귀순이 실현되면 서로 형제국으로 치부해온 북한과 중국관계는 상당한 손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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