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설’‘희생양’ 제기 권력핵심 당혹/위기의식 팽배 속 ‘자중지란’ 양상한보사태의 여파로 신한국당 민주계가 내연하고 있다. 계파내 갈등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자중지란의 양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흩어진 민주계」는 위기감의 산물이다. 「또 누가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각자 살기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갈 데까지 간다」는 확고한 결심을 굳힌 마당에 누구도 한보폭풍으로부터 무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민주계 내부에 팽배해 있다는 이야기다.
70여명의 대검중수부 수사관들이 총동원됐다는 사실은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덮지 않겠다는 여권핵심부의 의지표현으로 읽히고 있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아파하는 여권내의 또다른 「실체」가 이번 사건에 연관되지 않았다는 확신과 함께 한보비리를 성역없이 파헤치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지금의 상황전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일반적 분석이다.
이같은 전제에서, 복잡다기한 민주계 분란현상의 출발점은 크게 2가지로 압축 정리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한보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계 인사들의 「행태」에 대한 본가쪽의 곤혹스러움이다. 상도동 가신그룹측은 『김덕룡 의원의 정치적 음모설 제기와 홍인길 의원의 깃털론 운운은 의도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누구를 향한 화살이 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가신그룹측은 또 『홍의원 등을 두고 희생양 어쩌고 하는데, 그러면 누구를 위한 희생양이란 말이냐』며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권력핵심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못마땅해 하고 있다.
민주계 갈등은 같은 사안에 대해 시각이 다른데 그 뿌리가 있다. 분란현상의 두번째 출발점이다. 이른바 김덕룡 옹호론과 홍인길 동정론이 그 중심 축을 이룬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현 정권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김덕룡 의원은 여권의 대선 예비후보이며 향후의 정치노정이 창창하다. 어차피 마감의 길을 걸어야 할 정권이 김의원에게 「희생」을 요구해선 안된다. 또 민주계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은 홍인길 의원을 그런 식으로 내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특정세력이 있다는 의혹론이 맞물려 있다. 김의원의 음모설 제기 배경이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가지치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민주계 핵심측은 그러나 『(권력)투쟁의 투자도 꺼내지 말라』며 펄쩍 뛰고 있다.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측이 파워게임의 양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일 뿐 본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덕룡 의원측이 11일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너무 황당해서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한 것일 뿐 특정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파문수습에 나선 것도 여권핵심부와의 사후교감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김의원측의 물러섬에 대해선 「경고 메시지 전달이후의 발빼기」라는 해석이 여전한만큼 민주계 갈등설은 쉬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 같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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