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는 있지만 음악 몰라 완성도 떨어져/국악분야 특히 심해 녹음할때마다 실험 수준음반은 연주와 녹음기술의 결합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형편없는 녹음으로는 진가를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녹음기술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문가가 절대 부족, 음반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녹음과정의 핵심인력은 물리적 현상으로서 소리를 다루는 톤 엔지니어와, 음악적 판단까지 내릴 수 있는 톤 마이스터이다. 톤 마이스터는 소리의 장인, 녹음 총감독이다. 그는 녹음기술 뿐 아니라 소리를 판단하는 밝은 귀와 음악 자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지휘자나 연주자까지 지휘·관리, 녹음의 음악적 완성도를 책임진다.
음반마니아들은 톤 마이스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음반 품질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음향전문가 성굉모 교수(서울대 전자공학과)는 이를 「노련한 전문의가 집도하는 수술과 무면허 의사의 위험천만한 수술」에 비유한다.
현재 국내 클래식과 국악 녹음에서 어깨너머 공부가 아니라 체계적 교육을 받은 톤 마이스터는 없다. 엔지니어는 있지만 대부분 음악을 모른다. 또 대중음악, 국악, 클래식 녹음의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아 한 사람이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결국 국내 제작 음반의 신뢰도는 낮다.
이러한 현상은 국악에서 특히 심하다. 국악 녹음 역사가 일천한데다 국악을 잘 아는 엔지니어가 드물어 국악기 특성에 맞는 마이크를 고르고 설치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삼성뮤직의 국악담당자 최 인씨는 『국악 녹음의 기준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녹음할 때마다 실험을 하는 셈』이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미래 유망직종의 하나로 레코딩 엔지니어를 꼽았다. 톤 엔지니어 양성기관은 미국 호주 독일 일본 등에 6개월∼2년 정도의 단기 학원 또는 4년제 대학과정 형태로 있다. 톤 마이스터 과정은 독일에만 있는데 최소 7년이 걸리는 힘든 수업을 밟는다. 톤 마이스터는 음향학, 녹음기술 등은 물론 음악이론, 악보읽기, 화성학·대위법, 음악사, 악기연주 등 음악 전반을 공부한다.
한편 음반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녹음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녹음기술자 양성기관이 생기는 등 관심이 일고 있다. 95년 10월 국내 최초의 녹음기술자 양성기관으로 한국미디어예술원(약칭 MAIK)이 문을 연 데 이어 지난해 4월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레코딩 엔지니어과가 개설됐다. MAIK는 최소 2년 과정, 서울재즈아카데미는 1년 과정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