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드라이브에 제철이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 눈덮인 겨울의 뒤안과 막 숨을 쉬기 시작하는 봄기운이 공존하는 2월. 눈속이라 더욱 반짝이는 솔잎, 호젓한 겨울 강변에서 가는 겨울을 느껴보자. 입춘이 지나 윤기를 발하는 관목과 눈속의 버들강아지에서 봄을 찾아보자. 차를 멈추고 내려서서 한기와 상큼함을 함께 마셔보자. 풍경만으로도 취할 수 있는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 다섯 곳과 주변의 볼거리, 먹거리를 소개한다.▷경기내륙 횡단로◁
○다양한 별미에 온천까지
서울에서 북쪽으로 부채살처럼 난 국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코스. 서울 인근에서 보기 드물게 산골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청평에서 가평쪽으로 가다보면 조종천 검문소가 나온다. 여기서 시작해 초성리에 이르는 56.5㎞에는 개울을 따라 달리는 강변도로의 멋과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달리는 산길의 묘미를 함께 맛볼 수 있다.
먹거리도 많아 신팔리 검문소에 이르면 순두부맛이 일품인 할머니순두부집(0357―32―2782)이 있고, 지난해 가을에 개통된 고갯길을 지나 포천에 이르면 막국수와 손만두로 유명한 평창막국수집(0357―536―0277)이 있다. 요산고개와 청산고갯길을 거쳐 초성리, 동두천에 이르면 송월떡갈비집(0351―865―2428)이 있다.
물좋은 온천도 있어 금상첨화. 신팔리 검문소에서 10여분 가면 탄산천인 명덕온천이, 여기서 다시 초성리 방면으로 30여㎞ 달리면 신북온천이 나온다. 동두천, 의정부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된다.
▷남한강 나들이길(경기)◁
○목계교 근처 매운탕 일품
최근에 다리가 놓이고 길이 열려 서울 근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한적한 코스.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경기 충북 강원 등 3개도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이 길을 장호원에서 한바퀴 돌면 60여㎞. 38번 국도를 따라 앙성, 목계를 거쳐 법천을 돌아 나오면 된다.
충북 목계에서 남한강을 따라 법천에 이르는 30여㎞의 강변길은 아직 녹지 않은 겨울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남한강교로 불리는 새 법천교를 건너 앙성으로 이어지는 12㎞의 들녘은 야산들의 산모롱이를 굽이도는 오솔길이 계속 이어져 호젓하기 이를 데 없다. 두 길 모두 어쩌다 지나치는 마을의 차들만이 보일 뿐이다.
발길이 뜸한 오지이지만 국보급의 문화유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충주시 소태면의 청계산 자락 청룡사에는 상수리나무숲에 가려진 보각국사원융탑비와 부도탑이 있고, 임진왜란 뒤 폐찰이 된 법천리 법천사의 터에는 지광국사 현묘탑비가 있다.
먹거리로는 목계교 근처 매운탕촌의 민물고기 매운탕과 남한강에서 낚은 참매자를 조림한 것이 일품이다. 가장 솜씨있는 집은 목계강변집(0441―852―0799).
한편 앙성에서 목계로 가다보면 4, 5개의 온천장이 모여 있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먹는 약수로만 알려진 탄산수를 온천으로 개발했다. 더러 물을 데우는 곳도 있지만 끓이면 가스가 빠져나가 냉탕을 원칙으로 한다. 옆에 마련된 온탕에서 몸을 지진 뒤 가스가 올라오는 냉탕으로 가면 된다.
▷구룡령 넘는 길(강원)◁
○삼봉 천연탄산약수 유명
가장 늦게까지 눈이 남아 있는 곳 중 하나로 3월초에도 1m 높이로 쌓여 있다. 신내사거리에서 홍천군 창촌면을 지나 구룡령을 넘어 동해로 이어지는 120여㎞는 강원도 오지의 깊은 산곡을 누비는 코스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다. 이 코스를 완주하려면 체인 1, 2벌은 필수.
춘천에서 연결되는 56번 국도와 양평―홍천―인제를 잇는 44번 국도가 교차하는 신내사거리에서 출발, 서석을 거쳐 창촌에 이르는 50여㎞는 강원도 내륙산골마을 풍경이 일품. 그러나 절정은 창촌을 지나 구룡령 기슭에 이르는 20㎞ 구간이다. 자운천과 계방천을 따라 달리는 산간의 좁은 들녘은 마치 협곡속의 분지. 개울너머로 오대산이 위용을 자랑하고 다른 한편에는 계방산과 개인산의 높은 준령들이 구룡령 마루턱까지 이어진다. 길에 내려서면 어디나 맑은 물에 씻어 놓은 듯한 자갈들이 곱게 깔려 있다. 구룡령으로 가다보면 하루쯤 묵어가기에 좋은 곳도 있다. 큰길에서 2㎞ 지점에는 가족용 산막, 임간수련장, 오토캠핑장 등이 있는 삼봉휴양림(0366―32―8535)이 자리하고 있고, 4㎞정도 들어가면 천연탄산수로 유명한 삼봉약수가 있다.
다시 차를 달려 1,000m가 넘는 구룡령 정상에 멈춰 바라보는 산간풍경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한쪽은 오대산이, 또 한쪽은 점봉산을 필두로 남설악의 굵직한 잔영이 늘어서 있다. 구룡령을 넘어 물길 좋고 휴양림이 있는 미천골을 스치면서 갈천약수―공수전계곡을 지나 양양읍까지 45㎞정도 달리면 코스는 끝난다. 이곳에서 4㎞정도 가면 낙산사. 구룡령 넘는 길은 영동고속도로에서도 이어진다. 속사IC에서 운두령을 넘든지, 새말IC에서 횡성을 거쳐 서석으로 들어가면 된다.
▷지리산 횡단로(전라)◁
○시암재휴게소 운해 장관
국내에서 가장 높고 긴 산간 드라이브 코스. 봄 가을이면 관광버스로 복잡하지만 겨울이면 한적하다. 88년 말 구례읍 천은사 입구에서 시암재―삼성재―심원―달궁―뱀사골로 이어지는 36.7㎞의 도로가 개통되면서 국내 제일의 산간횡단로로 자리잡았다.
88고속도로에서 남원IC로 들어서 40여 ㎞를 달리면 천은사앞 매표소. 여기서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워낙 오르막이 심해 자주 차를 세우고 쉬어가야 차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1,000m의 시암재와 1,180m높이의 삼성재는 국내 자동차도로 중에서 가장 고지대. 시암재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만복대 계곡은 운해가 자주 피어 올라 장관이고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는 경관도 일품이다.
삼성재 휴게소에서 노고단까지의 등산로는 1시간 거리로 여유가 되면 등반도 시도해볼 만하다. 삼성재에서 심원계곡과 반야봉을 바라보며 달궁으로 내려서는 경치는 몇 번씩 차를 세우고 싶을 만큼 절경.
지리산 횡단로는 1박 코스가 적합한데 민박지는 노고단 정상에서 7∼8분 거리인 심원계곡에 밀집해 있다. 모두 12가구가 살고 있는 이 계곡의 민박집은 7∼8가구 정도.
▷밀양재(경남)◁
○석남사·표충사 들러볼만
1,000m가 넘는 가지산과 천왕산 거봉들이 만드는 영남의 알프스를 넘는 코스. 언양에서 밀양 표충사에 이르는 고갯길 46㎞의 매력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함이다. 경부고속도로 언양IC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10여분 가면 불고기로 유명한 언양.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입에서 살살 녹는 언양 한우 특유의 맛을 볼 수 있다. 다시 10㎞정도 달리면 석남사. 대형 사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늑하고 깔끔한 정취는 마음까지 깨끗하게 한다.
이 코스의 압권은 석남사 입구에서 남명마을에 이르는 26㎞의 밀양재 고갯길. 석남재 터널을 지나면 폭포물에 움푹 파인 바위못인 호박소가 나오고 다시 20여분 달리면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이다. 천황산 중턱 해발 700m에 자리잡은 얼음골은 한여름에 얼음이 얼어 처서에 풀리는 이상기온 지대로 가마불협곡으로 이어져 1시간여 등산하기에 안성맞춤.
금곡을 지나 12㎞정도 달리면 표충사. 이곳 유물관에는 사명대사의 유품과 국보 75호인 청동합은향완과 선조가 하사한 금란가사 등이 진열되어 있다. 여기서 욕심을 내면 해발 800m에 18만평의 억새밭이 늘어선 사자평으로 달려 볼 수 있다. 6㎞의 벼랑길은 승합차가 아니면 힘들 정도로 난코스다.<유병률 기자·도움말:김순경 여행칼럼니스트>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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