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프 스로트(Deep Throat)」는 70년대 초 미국에서 히트한 포르노 영화의 제목이다. 「깊은 목구멍」, 혹은 「목구멍 깊숙이」로 번역되던 이 영화제목은 워터게이트 사건 와중에서 의미가 환골탈태했다. 워터게이트사건을 추적하던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백악관내 내부 제보자를 이렇게 지칭한 것이 계기다. 이후 「디프 스로트」는 「내부 고발자」 혹은 「정체불명의 제보자」 등의 의미로 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디프 스로트」의 정체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있은뒤 강산이 두번 바뀌고 닉슨마저 고인이 된 지금도 베일에 싸여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도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당시 『「디프 스로트」가 누구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답변을 강요하지는 않아 모른다고 적고 있다.
닉슨 대통령의 몇몇 측근이 공개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는 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 그의 오른팔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알렉산더 헤이그 등이 의혹의 도마 위에 올랐던 인물들. 95년에는 당시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다이언 소이어 ABC 방송의 앵커우먼이 지목됐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이를 강력 부인했다. 때문에 「디프 스로트」는 여전히 「우드워드와 당사자, 그리고 하늘」만이 아는 존재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 「한보게이트」로 불리기도 하는 「한보 의혹사건」에서도 「디프 스로트」가 등장한 모양이다. 언론에 흘리는 것도 그렇고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확인되는 점도 유사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디프 스로트」가 무엇을 노렸는지는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여전히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아 당초의 표적이 자신이 보필한 닉슨의 사임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한보게이트」의 「디프 스로트」는 「도마뱀 꼬리」일 수도 있지만, 그 표적은 좀 크게 잡아주어도 「미래의 대통령」을 벗어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일단 시위를 떠난 화살은 쏜 사람의 뜻과 다른 과녁을 맞추기도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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