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을 맞으며 받은 진화백의 연하장에 「사랑은 나눔」이라는 글이 새초롬하다.사랑은 나눔이란다. 사랑은 내 것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라던가. 내 것을 몽땅 다 내어주면 완전한 사랑인가. 그보다는 「무엇」일 수도 있는 그것을 함께 나누어 갖는 것에 가까울 것 같다.
먼저 주고 그만큼 달라고 하는 것은 대가를 치르는 상거래일 것이다. 아무 것도 안주고 달라는 것은 강도에 가까워 보인다. 다른 사람이나 누군가가 갚아줄 것이라면서 내놓으라는 것은 사기가 아닐런지. 받을 것을 기대하고 주는 것은 소위 뇌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찌되었든 부담스럽게 큰 것이 왔다 갔다 하면 이미 나눔은 아닐 것이다.
크고 중요한 것을 조건없이 받다보면 조건이 있을 것 같기도 하여 자칫 비굴해지기 쉽고, 조건없이 주는 속마음 또한 자칫 교만해지기 쉽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했는데도 우리에게는 이미 「우리의 작은 헌납에 대해 하늘 문을 열고 축복하시리라」한 말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 나도 모르게 기대가 생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정성들여 자식 기르는 것조차 떠벌리며, 효도상 장한 어머니상을 주는 세상이고 보면 당연한 나눔과 사랑도 대가를 바라는 일인지 아닌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구분이 안간다.
「사랑은 나눔」이라….
달라고 하기 전에 주고 싶어서 주고, 주는 줄도 모르고 주게 되고, 받아서 잘 하는 것이 대견하고 고마워 더 주고 싶고, 그래서 준 것이 오히려 작아보이고….
받은 것이 너무 많아 고맙고, 고마워서 아끼고, 항상 무엇인지 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고,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 갚기도 하고, 갚은 줄도 모르고 또 갚게 되고, 그래서 또 주고….
이런 사랑의 나눔을 본 적이 있다. 늦게 철든 자녀와 사랑에 달관한 부모님에게서. 액자에 넣어 놓은 연하장이 순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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