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확인 완료 “격발만 남았다”/50여명중 10명선 사법처리 전망/정씨 선별진술로 배후보호 인상검찰의 정치권수사의 끝은 어디인가. 10일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인 신한국당 홍인길, 정재철 의원이 나란히 소환되면서 정치권이 사정한파로 얼어붙었다. 특히 그동안 설에도 오르지 않던 현역 의원들까지 거론되고 이들도 검찰이 일단 소환조사할 방침인데다 정태수 총회장의 아들로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보근 회장이 전격 소환돼 검찰의 사정칼날이 누구에게 날아들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검찰은 정총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사법처리대상자 분류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검찰수사는 더 이상 「럭비공」을 잡는 수준이 아니라 「표적」을 정하고 사격만 남겨놓은 상태인 것이다.
검찰은 설연휴동안 정총회장과 전·현직 은행장들을 집중 추궁, 돈을 받은 정치인들의 명단과 대출압력의 실체를 상당부분 확인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씨와 은행장들의 진술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정치권수사의 그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연휴를 거치면서 최병국 중수부장 등 검찰 수사관계자들이 수사 시작 후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비자금 관리·전달의 주요 인물로 잠적했던 운전기사 등이 검거돼 자신감을 더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의 그물에 몇 명의 정치인이 걸려들었는지, 소문대로 대선주자와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 실세들이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여야 정치인 50여명중 10명가량이 사법처리될 것으로만 알려졌다. 이들은 돈을 받고 대출청탁을 한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 등으로 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참고인으로 소환되는 사람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혀 일단 검찰이 사전에 공개하는 인물은 구속 가능성이 높다. 또 대출압력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돈 받은 정치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검찰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환된 정의원은 산업은행 부총재와 한일은행장, 산업은행 이사장(90∼92년)을 지낸 인연으로 한보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산업은행 등에 대출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수사가 이처럼 빠른 속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청와대 경제수석실,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은행감독원 등의 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 돈을 받아도 처벌될 가능성이 적은 정치인은 쉽게 불면서 진짜 핵심인물은 철저하게 보호하는 정씨의 계산된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수사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들 보근씨 소환과 운전기사 등의 검거로 상황이 바뀔 전망이다.
그동안 회사경영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았던 정보근 한보회장을 수사 시작 15일만에 처음으로 소환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태수씨가 기피한 진술을 아들과 비자금을 관리·전달한 핵심인물들의 조사로 밝혀내겠다는 의도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총회장과는 달리 운전기사 등은 검찰의 끈질긴 추궁에 꼬투리를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보근씨는 정·관계 로비에 당초 알려진 것보다 깊이 관여한 것으로 검찰의 방증수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의지가 관건인 것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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