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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응로,수화 김환기 미공개작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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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응로,수화 김환기 미공개작 전시회

입력
1997.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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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화법은 이런 것”고암과 수화. 한국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거장은 업적과 활동에서 여러모로 닮았다. 분야는 한국화와 서양화로 다르지만 끊임없는 변신으로 추상화의 새 장을 열었고 파리와 뉴욕에서 빛나는 활동으로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홍익대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고 상파울루비엔날레에서 각각 은상과 명예상을 수상했으며 해외에서 일생을 마친 것까지 비슷하다.

국내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기록된 고암 이응로(1904∼1989)와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전시가 새봄의 「화신」을 전한다. 모두 미공개작을 중심으로 열리는 두 전시는 대가의 새로운 면모를 엿보고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고암이 한국전쟁때 납북된 아들을 만나기 위해 동베를린에 갔던 「동베를린 사건」(67년)이 일어난지 30주년이 되는 해. 25일∼3월5일 서울 갤러리현대(02―734―8215)와 가나아트숍(02―734―1020)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고암전은 극적인 삶의 굴곡을 헤쳐나가며 이룩한 문자추상을 비롯, 조각과 판화 등 다채로운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75년 고암의 개인전을 개최하다 관계기관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던 갤러리현대는 「문자추상 1960∼1980」전을 마련한다. 도불직후부터 시작한 문자추상은 한국화와 서예적 기법을 바탕으로 개발한 고암예술의 절정이자 완결로 평가받고 있다. 한자의 상형과 기호를 그림으로 표현한 초기작업과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변형시킨 후기작업, 군상시리즈 등 50여점이 전시된다. 붓과 먹에 의한 기발한 형태요약과 절묘한 화면구성으로 동서양의 현대적 조형어법을 일시에 조화시킴으로써 서구화단을 놀라게 했던 작품들이다.

가나아트숍은 60년∼80년대에 제작된 목판화 60여종과 조각 25점을 공개한다. 고암의 조각은 옥중에서 끼니때마다 모은 밥알과 나무도시락을 재료로 작업을 멈추지 않았을 만큼 집착했던 분야.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브론즈, 석고, 세라믹 등은 2년여의 옥고를 끝내고 파리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제작했던 작품으로 「문자추상」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문학적인 화가로 꼽히는 수화의 작품전은 14일∼3월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유로(대표 박춘순, 02―3444―6995)에서 열린다. 이 갤러리의 개관기념전으로 준비한 전시는 63년 이후 뉴욕시대의 작품 50여점으로 꾸며진다. 출품작들은 그림애호가에서 화랑경영인으로 변신한 박씨가 소장해온 유화, 과슈, 드로잉 등으로 대다수가 첫선을 보이는 것. 고국의 청명한 가을하늘과 바다, 구성진 산봉우리 등을 단순한 선, 점, 면으로 함축한 그의 작품은 담백하고 고요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미술평론가 이구열씨는 『고암과 수화는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과제에 도전, 성공함으로써 한국현대미술의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오늘날 작가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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