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기 신호탄”… 정치적 음모설까지 대두한보태풍이 정치권을 거듭 강타하고 있다. 설로만 나돌던 연루 정치인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실제상황」을 맞은 정치권은 태풍 전야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긴장의 분위기이다. 『과연 한보의 종착점은 어디인가』라는 의문이 던져지는 가운데 「정치권 새판짜기의 신호탄」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국당의 홍인길, 국민회의의 권노갑 의원이 검찰의 소환대상이 된데 이어 10일 전격적으로 신한국당의 전당대회의장인 정재철 의원이 검찰에 소환됐다. 정의원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 참석, 강삼재 총장에게 경위를 설명한 뒤 검찰로 향했다. 또 이날 하오 검찰에 출두한 홍의원은 여전히 금품수수를 시인하지 않고있고 11일께 출두할 권의원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대가성으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이날 신한국당의 대권주자인 김덕룡 의원을 비롯, 박종웅 박성범 의원, 문정수 부산시장도 각각 한보측으로부터 5천만원 가량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4인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파문은 크다.
정치권은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의 비중이 과거 비리사건과는 궤를 달리 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홍·권의원은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핵심 가신들이다. 김덕룡 의원은 최형우 의원과 함께 신한국당 민주계 양대산맥을 이끌고 있는 핵심실세이고 문정수 시장, 박종웅 의원은 김대통령 직계이다.
신한국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입장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따라서 한보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가 김덕룡 의원은 자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보측으로부터 「떡값」명목으로 수천만원대의 돈을 받은 정치인은 5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 정치인들이 한보사태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가에서는 최소한 여야 정치인 10여명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야권에 의해 의혹의 표적으로 지목돼 온 신한국당 민주계의 C, S의원 등이 한보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지도부 및 두 야당총재 측근인사 3∼4명도 꾸준히 한보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밖에 14, 15대 국회 재정경제위, 건설교통위, 통산산업위 소속의원들중에 신한국 S, P, N, J의원, 국민회의 K, J의원, 자민련 K, L의원 등도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1억이상의 돈을 받은 경우는 사법처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게 정치권의 지배적 견해이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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