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투사 추앙받던 ‘아!옛날이여’/시위진압중 사망자 발생/집권후 최대위기 봉착알바니아 「민주화의 기수」 살리 베리샤(52) 대통령이 대형 금융사고로 집권 후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피라미드방식의 투자사 도산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시위가 근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에는 급기야 진압과정중 사망자까지 발생해 그의 권좌를 흔들고 있다.
90년 12월 동구 공산세력의 마지막 보루였던 알바니아의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베리샤 대통령이 이같은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다. 즉 92년 압도적 지지로 첫 비공산계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는 커녕 스스로 독선적 권위주의에 빠져든 탓이다.
물론 그에 대한 대내외적 호평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 투사」답게 자유화정책을 과감히 밀어붙여 50년 공산통치의 잔재를 씻고 「유럽 최빈국」이라는 알바니아의 경제 회생에 숨통을 터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스스로도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민과 똑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는 취임초 약속을 실천했다.
그러나 몸에 밴 「투사」기질 때문인지 반대 목소리에는 냉혹하다 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인사들에 대한 「백색 테러」가 횡행하고 관변언론을 통한 정적 비판은 수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5월 총선시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로부터 부정 선거의혹을 받을 정도로 권력욕에 집착하기도 했다. 반정인사들이 『당이 곧 정부다. 과거(공산체제)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체제는 경직돼 갔다. 타협을 모르는 그의 직선적 성격은 집권 민주당 내부로부터도 불만의 목소리를 키워 왔다.
하지만 저명한 심장전문의에서 민주화의 화신으로 변신하며 대중사이에서 키워온 강한 카리스마가 그를 지탱해온 버팀목이 됐다. 이제 대중의 지지마저 잃게 된 베리샤 대통령의 앞날이 주목된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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