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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대표팀 차범근 감독(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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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대표팀 차범근 감독(한국인터뷰)

입력
1997.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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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성장 잠재력 충분”/훈련계획·자료 컴퓨터 입력해 체계적 관리/선수들 체력단련·근성키우기에 역점/10월 아시아 최종예선서 ‘최상의 팀’ 보여줄 것축구는 국민의 스포츠다. 축구대표팀의 경기는 국민을 열광시키고 때로는 분노케한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의 참패는 어쩔 수 없이 박종환 감독의 퇴진을 가져오고 한국축구 최고스타인 차범근씨를 사령탑에 앉혔다. 한국은 22일 홍콩과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98프랑스월드컵을 향한 대장정에 들어간다. 또다시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 넣을 월드컵 예선전이 열리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출범한 새 대표팀을 이끌고 8일만에 호주친선 국제대회에 참가한뒤 현지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6일 하오 귀국한 차범근 감독을 만나 월드컵예선전망과 그의 축구관을 들어보았다.

-차감독은 86멕시코월드컵에서 선수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11년만에 대표팀감독으로 월드컵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당시와 비교해 감회가 어떻게 다릅니까.

『86년의 한국축구는 세계축구와 차이가 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94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스페인과 비기고 독일에 2―3으로 패하는 등 세계 강국들과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습니다. 한국축구는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개인적으로 (선수때보다) 기대가 더욱 큽니다』

-대표팀을 구성한지 불과 8일만에 노르웨이와 첫경기를 가졌습니다. 대표팀감독으로서 처음 벤치에 앉았을때 두려움은 없었는지요.

『매사를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라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기를 앞두고 축구전문지인 독일 「키커」지의 기자들로부터 노르웨이선수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대비했기때문에 자신도 있었습니다. 다만 급조된 팀이라는 사실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오히려 대회를 치르고 난 뒤 대표팀감독의 책임이 생각보다 무겁고 그 역할 또한 매우 크다고 절감했습니다』

-22일 홍콩과의 경기로 월드컵예선이 시작됩니다. 한달간 대표선수들을 지도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4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이 자신할만 한지요.

『처음에 선수들을 보면서 느꼈던 불안감은 이제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훈련이 너무 재미있고 기대감이 점차 커집니다. 다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선수들의 프로의식입니다. 프로팀감독을 하면서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아직도 술, 담배를 하는 선수가 절반이 넘습니다. 우리가 선진축구와 싸워 이길수 있는 길은 많이 뛰는 것(체력)과 근성(승부정신)밖에 없습니다. 선수들이 경기력을 저해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가치관과 책임감, 좋은 훈련습관을 갖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그런 의식을 갖는다면 세계 어느팀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호주대회와 그곳에서의 전지훈련 성과는 무엇입니까.

『준비기간이 짧아 선수들에게 「지금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국민들로부터 정신력과 이기기 위한 노력, 의지를 인정받는다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황선홍 홍명보 등 주요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을때도 경기에서 승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큰 성과입니다. 또 고종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상헌 등 많은 신진선수들을 발굴했다는 것도 값진 소득입니다. 특히 그동안 성격문제를 지적받았던 고종수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준다면 한국축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팀의 취약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계획입니까. 또 월드컵까지 대표팀은 어떻게 운영해나갈 생각입니까.

『대표팀운영의 기본원칙은 한국선수중 가장 잘하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뽑겠다는 것입니다. 현 대표중 6∼7명은 누가 감독을 맡아도 주전으로 뛸 재능있는 선수입니다. 본선까지 이들이 주축이 되겠지만 1차조예선이 끝나면 가능성 가진 차세대 스타들을 계속 평가, 현대축구에 가장 적합한 선수들을 발굴해나가겠습니다. 10월 아시아최종예선때는 최상의 대표팀이 될 것입니다』

-차감독을 도왔던 코치나 밑에서 배운 제자들은 독일에서 10년간 선수생활을 한 차감독이 국내의 지도자들과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합니다. 과연 「선진축구」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축구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까.

『독일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고 공부하고 정식지도자코스를 이수했기때문에 국내의 지도자들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수들의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 훈련방법에는 확실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선진축구라는 것은 말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론과 실전이 조화된 것입니다. 훈련방법과 선수관리, 계획 등 모든 면이 체계적이고 질서가 있는 축구를 말합니다』

-그러나 차감독도 4년동안 프로팀 현대를 맡으면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차감독의 지도자생활은 「실패」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그 질문에 앞서 과연 한국축구에서 실력이 있으면 우승할 수 있는지 묻고 싶군요. 나는 「한국에서 차범근은 결코 2등이상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맡았을때 현대는 대표선수 차출이 있기전까지는 항상 1등을 달렸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심어주었고 생활습관과 자기관리법을 가르쳐 훌륭한 선수로 키웠습니다. 최영일 김병지 유상철 신홍기 등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현대는 앞으로 10년이상 GK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로 체계적인 선수양성도 했습니다. 고종수선수도 삼성이 창단하지 않았더라면 울산대에 입학한뒤 현대에 입단하도록 예정되어 있었지요. 나에 대한 평가는 다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내 방법대로라면 무명의 선수들로도 강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팀은 분명 프로와 다릅니다. 국제무대서는 실력대로 평가 받을 수 있기때문에 자신이 있습니다』

-차감독은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번 태릉선수촌 입촌은 예정보다 하루 늦은 9일에 했습니다.

『말한대로 그것은 저에게 분명 큰 사건(?)이었습니다. 선수들이 하도 간청을 해 부탁을 들어준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하루 더 쉬는만큼 숙제를 주었지요. 선수는 48시간동안 훈련을 안하면 그 이전에 한 훈련의 효과가 아예 없어집니다. 그래서 매일 30분간 뛰고 다섯가지 근력훈련을 하기로 약속하고 휴가를 하루 늘려주었지요』

-90년 아시안게임이후 대표팀은 특급호텔에서 합숙해왔습니다. 그런데 차감독은 선수들을 태릉선수촌으로 끌고 들어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짧은 기간에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호텔은 외부와의 접촉이 쉽기때문에 산만합니다. 대표팀 운영은 국가적인 것이기 때문에 선수의 편리를 생각해선 안됩니다』

-차감독은 축구감독으로는 드물게 노트북컴퓨터를 갖고 다닙니다. 노트북에는 주로 어떤 정보가 담겨 있습니까.

『훈련프로그램, 일정, 계획, 선수자료에서 해외선수에 관한 정보까지 축구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93년 시즌전에 구입했는데 500여명의 국내외 선수들이 입력되어 있습니다』

-「차감독은 축구와 가족, 신앙 3가지밖에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3가지중 어느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순서적으로는 신앙이 가장 우선입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이니까요. 그 다음이 가정입니다. 축구는 나의 인생을 있게 해준 것입니다. 결국 축구는 나와 가족이 살아가는 수단과 도구(직업을 의미)가 되었지만 직업이야 나중에 바뀔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최근 큰딸 하나가 대학입시에 실패했습니다. 지원대학을 하나만 택한 것이 실패원인이었지요. 그러나 조금도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떨어져도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것이고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만 있다면 인생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유승근 기자>

□약력

▲53년 경기 화성 출생 ▲71년(경신고3) 청소년대표 ▲72년 최연소 국가대표(고려대1) ▲75∼78년 공군복무 ▲79∼89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활약(외국선수로는 최다인 97골 기록) ▲쾰른 체육대 축구과정수료 ▲86년 월드컵출전 ▲90∼94년 프로축구 현대감독 ▲97년 1월 국가대표팀 감독(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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