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거대 차시장 인도대륙서 “신화 재현”/100% 단독출자 자립형공장 건설/2001년엔 ‘20만대’/아시아 전진기지로인도 남부 마드라스시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첸나이 공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2단계에 걸쳐 2001년에 완공될 현대 인도공장은 이제 막 첫삽을 들었지만 이곳이 한국자동차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자못 심장하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기공식장은 인도 정·관계를 비롯한 각계인사와 시민들로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마침 불어닥친 사이클론으로 폭우가 쏟아져 기공식 행사장은 온통 진흙더미로 변했고 행사는 테이프커팅과 간단한 축사로 마감됐다. 그러나 1시간이 채 안되는 기공식 장면을 보기위해 주변을 에워싼 수백명의 시민들은 맨발에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5년후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낼 공장의 탄생식을 호기심있게 지켜보았다.
현대는 이 인도공장을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100% 단독출자하는 완전자립형」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립생산 아니면 합작투자가 전부였던 지금까지 투자형태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짓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일본의 소니에 이은 두번째 단독투자 해외공장이고 자동차분야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98년 10월 12만대규모의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인도공장은 자립형이라는 말그대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엔진 트랜스미션 프레스 차체 도장 플라스틱사출공장 등 생산시설의 전과정은 물론 연구개발센터 성능시험연구소 주행시험장 등의 연구시설까지 들어선다. 제조공정뿐 아니라 현지 시장환경에 걸맞는 상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포부이다.
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은 기공식 축사에서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이 아닌 인도에 또하나의 현대자동차를 창업한다는 각오로 공장을 짓겠다』고 말했다. 10억이 넘는 인구, 중산층만 2억이 넘는 엄청난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시장을 얻기위해 기꺼이 생산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을 넘겨주는게 꺼림칙하지만 이미 기술없이는 시장을 얻을 수 없는게 세계자동차업계의 추세이다. 10여년전부터 동남아시장을 휩쓸어온 일본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기아자동차의 국민차에 밀려 시장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도 「단물만 빨아먹는 일방적 투자관행」때문이었다.
현재 인도는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12개 나라의 유수자동차업체들이 이미 현지생산을 시작했거나 합작투자를 진행중인, 아시아지역 최대의 자동차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정부와 일본 스즈키사가 절반씩 투자한 마루티가 전체시장의 70%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우자동차와 벤츠, 로버사가 94년말부터 연 9만대규모로 소형 및 중형차를 생산하고 있고 98년말까지 현대를 비롯한 8개사가 추가로 양산차를 낸다는 계획아래 현지공장건설을 추진중이다. 매년 30%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시장의 추이로 볼때 2000년에는 인도시장이 아시아전체 시장의 절반이 넘는 116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의 사활을 건 시장 쟁탈전이 더욱 불꽃을 튀길 것은 물론이다.
현대는 2001년 20만대 생산규모가 모두 완공되면 인도공장을 현지 내수뿐 아니라 인근 동남아지역의 해외생산 거점으로서도 활용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인도공장은 엔진 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의 조립공장에 공급하는 부품기지의 역할도 담당하게 돼 명실상부한 해외생산기지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대 인도공장을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내 부품협력업체의 동반진출이다. 모두 16개 협력업체가 동반진출해 총 투자액만도 2억달러에 달하는 부품사업은 자립형공장의 손발역할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현대의 현지화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김양수 인도현지법인(HMI) 지사장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바퀴가 오차없이 맞물려 돌아가야만 인도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있는 말을 했다. 전례가 없는 해외투자인 만큼 위험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마드라스=황유석 기자>마드라스=황유석>
◎한국차 시장점유율 질주중/호·남미·동구권 등서 선풍적 인기몰이
국내 완성차업체의 해외진출이 가속화하면서 해외시장에서 국산차에 대한 이미지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싸구려」로 인식되던 국산차가 수입차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현지정부가 직접 나서 국민차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호주시장에서 4만8,871대의 승용차를 팔아 95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입승용차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지시판된 쏘나타Ⅲ와 티뷰론의 선풍적인 인기가 견인차노릇을 했다. 특히 티뷰론은 8월 판매가 시작된 이래 스포츠카부문에서 일본 도요타의 셀리카를 제치고 4개월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터키에서는 그레이스 포터 등이 수입상용차시장에서 4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고 푸에르토리코 칠레 이스라엘 등지에서도 수입차나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3위권내에 진입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구권과 남미지역은 대우자동차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알제리에서 1,345대의 자동차를 팔아 프랑스 르노(193대)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최대 자동차업체로 부상한 대우는 루마니아에서도 95년(1만4,887대)에 이어 지난해에도 2만3,238대의 판매고를 기록, 2년연속 시장을 석권했다. 남미지역은 페루에서 7,653대를 팔아 2위인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3년 연속 시장점유율 수위를 차지했으며 베네수엘라에서도 수입차시장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필리핀에 프라이드 3,528대를 팔아 1,100㏄급 승용차시장의 99%를 점유했고 프레지오 승합차도 6,218대를 팔아 밴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 호주에서는 아벨라가, 브라질에서는 베스타가 동급차종에서 최대인기차종으로 부상했으며 국교가 단절된 대만에도 지난해 아벨라 2만4,800대를 조립생산방식으로 수출, 도요타의 터셀에 이어 점유율 2위(동급차종의 24%)를 기록하고 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인터뷰/현대자동차 인도공장 김양수 사장/2000년 중 이어 100만대 황금시장/20%이상 점유 자신
현대자동차 인도공장 건설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양수(55) 사장은 현대자동차의 해외통이다. 지금까지 추진됐던 수십건의 각종 해외사업에서 김사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터키공장에 이어 95년말부터 3년째 인도에 머물고 있는 김사장은 인도의 디트로이트,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 2000년대 중국 다음가는 100만대 거대시장으로 마드라스와 인도시장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김사장은 『현지 밀착형 경영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때문에 자립형 공장을 짓게 됐다』며 『마드라스는 인도에서 자동차부품산업이 가장 발달돼 숙련된 기술인력이 풍부하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투자와 관련, 타밀나두주정부는 14년간 자동차사업에 대한 물품세를 면제해 주고 66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공장부지에 대해서도 등록세를 없애주었고 국세도 30%이상 감면해주는 등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다. 김사장은 이같은 지원이 인도정부의 「No Potato Chip, Yes Computer Chip」정책, 즉 자본재산업 우선정책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사장은 『현재 스즈키와 인도정부의 마루티가 70%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공장이 가동되면 20%이상 시장 점유는 무난하리라고 본다』고 사업성을 낙관했다.
『지난해 1월 100% 단독투자신청을 했을때 당시 인도 분위기는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죠. 또 66만평이라는 넓은 부지를 요구했을 때도 그 규모의 땅을 사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신청 한달만에 허가를 받아냈고 부지도 3개월만에 모두 해결했습니다』김사장은 이 과정이 가장 어려웠지만 동시에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사장은 『인도의 조립생산은 역사로 볼때 우리보다 더 오래됐고 기술도 수준급』이라며 『대량생산과 관리에 대한 기술지원만 이뤄지면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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