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정치헌금 등 사태내막 잘아는 “태풍의 눈”/정 총회장 자물통 입 열게할 압박카드 관측도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정식 조사를 받지 않았던 정태수 총회장의 아들 정보근 회장이 수사착수 15일만인 10일 하오 돌연 검찰에 소환됐다. 정씨는 5일 정총회장을 면회하러 검찰청사에 들렀지만 조사목적은 아니었다.
검찰은 『수사계획상 소환할 시기가 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조사시기가 정치인 소환과 맞물려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씨는 정총회장을 제외하면 한보부도의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번 사건의 「태풍의 눈」이다. 정씨는 90년 그룹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받았고, 지난해 3월 그룹 전권을 위임받아 회장에 취임했다. 한보의 당진제철소 건설과 무리한 자금동원 등 의혹의 한가운데 정씨가 있었다. 검찰주변에서는 정씨의 조사가 미뤄진 배경과 관련, 검찰이 그의 신병처리를 정총회장의 입을 열 「압박카드」로 활용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씨의 소환목적은 비자금내역 조사보다는 정계로비 규명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로비력은 정총회장과 버금갈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청와대 주변인물과 「고려대 동문」관계 때문에 야당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또 신한국당 재정위원으로 지난해 총선때 거액의 정치헌금을 했다는 설도 돌고 있는 등 정치권과 관련된 그의 역할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이밖에 부도직전 청와대 수석실 등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는 등 로비의 전위역할을 한 흔적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최병국 중수부장은 『보근씨의 소환을 10일 소환된 홍인길 의원 등 정치인과 굳이 결부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점에 이뤄진 정보근씨의 소환은 다단계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로비에 대한 정총회장의 「자물통」 입을 열게 할 카드로서의 정씨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홍의원 등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로비에 그가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한보에서 정치인들에게 흘러간 돈이 순수한 정치자금인지 뇌물인지를 가리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비자금관리와 집행을 맡은 정분순(여)씨 등의 조사와 맞물린 것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정씨의 신병처리는 검찰이 「바지사장론」을 거론하고 있어 아직은 유동적이다. 그러나 모자가 함께 구속됐던 덕산그룹 부도사건도 있어 정씨부자가 수사에 얼마나 협조적이냐에 따라 신병처리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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