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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요소」 피해가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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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요소」 피해가나(사설)

입력
1997.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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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보사건 수사에 나선지도 2주나 됐다. 「부정 비리의 표본」이라는 대통령의 질타와 성역없는 수사의지 표명에 비추어 이번만은 외압의 실체를 속시원히 가려주길 국민은 기대해 왔다.하지만 그런 기대는 차츰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는 인상이다. 우선 검찰이 그동안 해낸 일이란게 정태수 한보 총회장과 은행장들 중 2명을 구속했을뿐 별다른 수사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이 과연 국민이 원하는 외압의 실체를 밝혀낼 의지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부정할 수 없는 중론이다. 한보사건의 부정규모나 정경유착이라는 비리 심도에 비추어 검찰수사의 메스가 한보그룹과 금융권은 물론 감독 책임이 있는 각 기관과 외압의 실체로 지목되게 마련인 정치권 핵심 실세에까지 가차없이 가해져야 마땅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검찰수사가 한보그룹과 금융권 일부에서만 맴돌고 있는 사이 검찰의 수사를 비웃는 엉뚱한 일들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수사 직전 돌연 출국했다 귀국한 뒤에도 한보철강의 코렉스공법 허가를 과장전결사항이라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는 박재윤 전 통산부장관과 우리나라 제1야당 국민회의 실세인 권노갑 의원의 1억,6,000여만원 떡값수수 시인 파문이었다.

박재윤씨가 누구인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경제수석·재무 및 통산부장관을 역임하며 한보철강 출범과정 관련 요직에 있었던 인물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과장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데도 우리검찰은 박씨를 여지껏 조사한번 하지않고 있을뿐만 아니라 조사할 계획조차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6일의 최병국 중수부장 회견).

청와대 총무수석을 역임한 홍인길 의원과 권노갑 의원의 한보거액수뢰파문이 우리 검찰로부터가 아니라 정체불명의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한보사건 수사가 권력의 검은 장막 뒤에서 조종되고 축소 기도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프닝이었다.

검찰수사가 이처럼 늑장을 부리고 우롱마저 당하고 있음은 가슴아픈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제라도 파행과 눈치보기의 늪에서 과감히 벗어나 박재윤씨와 권노갑·홍인길 의원 등을 당장 검찰에 불러 조사해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정치권에서 외압의 실체는 감춘채 일부 은행장과 홍·권의원 수준에서 미봉하려다 여의치 않자 일부 실세의원과 전직 장관으로 책임소재를 다시 넓히려 한다는 등의 소문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 유언비어가 왜 난무하는지는 검찰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국가 공권력이 법집행과 수사에 무력할 때 국가기강은 무너지고 총체적 위기가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외압의 실체이다. 언젠가는 드러날 일인데 괜히 시간을 끌어 일을 더 키우지 말기를 검찰과 통치권에 간곡히 고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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