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약속 불구 “왜 하필 내가” 불만 토로홍인길 의원/출두요청에 “피의자냐 참고인 자격이냐”권노갑 의원/각당 기류탐색속 “불똥 어디까지” 대책마련 부심한보사태에 연루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소환수사가 10일부터 홍인길 권노갑 의원 등을 필두로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지자, 여야 정치권은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초긴장하고 있다.
○…정치인 「소환 1호」로 알려진 홍인길 의원은 울산의 여동생 장례식이 끝난 뒤 분당 자택으로 돌아와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홍의원은 이날밤 검찰측으로부터 「10일 하오 2시에 출두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소환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으며 적극 협조하겠다』며 출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의원 가족들은 하루종일 대문밖에 일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홍의원은 이에앞서 친지들에게 『왜 하필 내가 검찰소환 1호로 찍혔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의원은 또 『나는 거리낄 게 없다. 땅이나 아파트 등을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재한 것도 없고…』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검찰소환에 대비해 변호사들과 답변요령, 법률문제 등에 관해 상의하는 한편 청와대, 검찰, 여권 관계자 등을 통해 청와대 분위기, 검찰수사 진행상황,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진술내용, 사법처리 수위 등에 관해 다각도의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의원은 이날 하오 9시30분께 대검 중수부 안종택 검사가 전화를 걸어와 『10일 상오 10시 검찰에 나와달라』며 소환을 요청했으나 사전약속을 이유로 11일 하오 2시께 검찰에 출두하기로 약속했다.
권의원은 안검사에게 『내일 출두시키려했다면 미리 연락했어야 했다. 내일은 간부회의와 자민련과의 합동의총이 있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권의원은 이후 안검사가 9시35분과 40분께 두차례 더 전화를 걸어와 출두할 것을 거듭 촉구하자 『피의자로 출두하는 것이냐 아니면 참고인 자격이냐, 정식으로 소환장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안검사가 『양쪽 모두 아니다』고 응답하자 권의원은 『수사의 본말이 전도됐다. 외압과 압력을 먼저 수사하라』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권의원은 기자들에게 『나는 공인으로 당과 상의해 검찰에 출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의원은 설연휴동안 서울 S호텔에서 측근들과 정치자금법 등 관련법을 검토하며 검찰소환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의원측은 법률검토결과 한보의 정치자금은 법률상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출압력 등 대가성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임을 적극해명키로 했다.
○…신한국당은 여야 정치인에 대한 소환수사가 정치권 사정으로 확산되는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몇 명의 정치인이 소환될 것인지, 대선주자 등 중진의원이 포함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치인 소환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소속의원들의 포함여부를 요로를 통해 탐색하고 대책을 숙의하는등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 양당은 특히 검찰수사가 김대중·김종필 총재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권노갑 의원의 검찰소환소식이 알려지자 이미 예상했다는듯 크게 놀라진 않으면서도 대책을 재검토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김대중 총재는 설연휴동안 시내 한 호텔에 머물며 공·사조직으로부터 한보관련 정보를 보고받고, 한보정국의 해법구상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련은 한보로부터 거액수수설이 나돌고 있는 자치단체장과 충청권 일부의원들에 대한 자체조사를 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종필 총재는 설연휴동안 청구동자택에서 이동복 비서실장 등으로부터 검찰수사동향에 대해 보고받고 정국구상에 전념했다는 후문이다.<김광덕·권혁범 기자>김광덕·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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