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솔직한 표출엔 재즈가 최고/병원 건물에 재즈 소극장·카페 함께/면담 치료땐 발라드 ‘미스티’/젊은 환자엔 케니G 색소폰어딜가나 재즈가 넘친다. 지하는 소극장 「예」, 1층은 같은 이름의 재즈카페, 병원은 2층. 그러나 거기서도 재즈 선율이 흘러 나온다. 화장실벽에도 재즈 공연장을 그린 수채화다.
분명 병원이다. 서울 홍익대앞 「김유광 신경정신과」.
빼곡 차면 180석 지하 소극장은 환자나 아동들의 사이코 드라마 무대다. 전면의 벽을 채우고 있는 그림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20세기 폭스사의 그림을 따, 「재즈 페스티벌」이라 써넣은 대형 걸개다.
원장 김유광(55)씨는 임상 경험이 쌓여가면서 재즈가 정신적 문제에 특히 효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재즈가 인간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출하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매체라는 것.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 치료의 기본이다.
환자와의 면담 치료 때는 스탠더드 발라드 「미스티」를 튼다. 조용히 흘러 나오는 그 편안한 선율에 어느 환자나 평정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젊은 환자들한테는 케니 G나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 곡이 제격이다.
최근들어 남편의 외도나 배신 등 결혼 문제를 호소해 오는 여성 환자가 적어도 하루에 한 명 이상이다. 여성 표현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됐다는 말. 그런 환자가 오면 빌리 할러데이의 「당신을 원하다니 내가 어리석었지」 같은 처연한 곡을 틀어 두고 상담을 시작한다. 그러면 십중팔구의 여성은 울고 나서, 마음을 열고 상담에 적극 응한다는 사실.
중고 시절, 『딴따라가 났다』는 집안의 극구 반대도 무릅쓰고 그는 밴드부와 연극반 활동에 몰두했다. 61년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으나,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재즈 연주 현장 순례길의 시작이었다. 윤형남·임근식·조상국·엄토미 등 한국의 제1대 재즈 뮤지션들과도 자연스레 친해졌다. 집에 와서는 피아노에 매달리는 별난 의대생.
개원 이래 매달 마지막 월요일에 쭉 열어 온 「소극장 예 재즈 정기 콘서트」는 물론 계속된다. 한일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 현재 35회를 넘겼다. 전공의 시절, 「초원」이라는 음악다방을 직접 경영하면서, 라이브 재즈무대를 열었던 경험이 그대로 이어진 것.
올해부터는 대학생 재즈 학도를 위한 무대도 만들 생각이다. 이와 함께 94, 95년 자신의 극장에서 한일 재즈 뮤지션 합작 공연을 치러냈던 경험을 살려, 해외 뮤지션들과의 친선 무대 또한 적극 추진할 생각.
지난해부터 그는 「신경정신과학 임상예술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회장을 맡고부터는 의사가 직접하는 타악기 연주 등 음악 활동이 강화됐다. 앞으로 사이코 드라마와 함께, 재즈의 정신치료적 가능성을 적극 모색할 생각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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