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겪은 내면의 파장여행이 「옮김」이나 「떠돔」과 다른 것은 우리의 내면에 다른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현실을,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행의 참 모습이다.
김병익씨의 산문집 「페루에는 페루사람들이 산다」는 대전에서 페루에 이르는, 여러 여행에서 겪은 저자의 이런 내면적 파장에 관한 짧은 기록들이다.
케냐 흑인의 얼굴에서 「지금이 아닌 세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원망」이 서린 종교성을 발견하고는 다시 그 얼굴이 바로 기억 속의 우리 할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임을 그는 떠 올린다. 구 소련 여행에서는 슬라브인들의 주저앉은 진보적 이상주의에 안스러운 연민을 느끼는가 하면, 민중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유적들 앞에서는 우공이산의 고사와 함께 예술과 역사는 「무용한 정력의 축적」에 다름아니라고 회의한다. 그리고는 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살듯이 우리는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며, 여행에서의 무모한 감상들은 버리자고 한다. 그것은 오만하고 무책임한 일이며, 여행이 각별한 뜻을 갖는 것은 우리의 존재양식에 대한 겸손한 사유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간 6,000원.<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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