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논리 아닌 뿌리와 전망 다룬 본격 논저들「일본은 있다」 혹은 「없다」는 식의, 근년의 일본 알기 붐은 흑백논리로 치닫기 일쑤였다. 말장난 같은 해괴한 열기, 우리는 그럭저럭 관통해 냈다. 흑백논리적 시각으로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최근 한·일 관계의 뿌리와 전망을 다룬 본격 논저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나남출판간)은 한·일간의 새로운 만남을 위한 역사 인식의 수립을 목표로 한다. 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등 양국의 정치, 경제학자 7명이 참여, 21세기적 지구질서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을 배경으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전망한다.
논의의 초점은 「양국의 잘못된 근대적 만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을 위한 한·일 시민관계의 재구축에 맞춰진다. 이를 위해 국민국가 형성과 맞물린 근대 한·일 관계에서부터 일본의 전후처리 문제 등이 독일과의 비교, 아시아 각국의 경우와 함께 다루어졌다. 국교정상화 후 양국 관계의 변화를 최근까지 10년 단위로 요약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일본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한길사간)는 양국의 불평등 관계라는 역사적 실체를 20세기의 출발점부터 따지고 있다. 박영재 연세대 사학과 교수 등 30, 40대의 젊은 필자들이 20세기 초 우리나라가 일본과 맺은 조약들은 과연 유효한가에서부터, 식민지 공업화의 본질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강창일 배재대 교수는 「전후 일본인의 역사 인식과 망언」에서 「조선민족 구제전쟁론」 「조선병합 합법론」 「식민지 시혜론」 「아시아민족 해방전쟁론」 등 일본의 갖가지 망언의 배경과 목적을 다뤘다.
최근 이규배씨가 출간한 「반일 그 새로운 시작」(푸른숲간)도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한·일 관계를 일본의 각종 고문헌 등 풍부한 자료들 동원해 분석하면서 일본의 팽창주의에 대한 경계의 눈을 늦추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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