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 민주계 추락 영입파 반사이익/“핵심실세 구속까지 시키겠냐” 분석도한보사태는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표면적으로 감지되는 양상은 민주계의 추락과 그에따른 영입파의 반사 비상이다. 검찰의 수사는 이미 여야의 대선후보들에 대한 내사로 확대된 상태다. 연루혐의 여부를 떠나 이른바 민주계 실세들은 내사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한보사태의 의혹연루인물로 지목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에게는 이미 깊은 상처가 돼버렸다. 반면 영입파 대선주자들은 「엄정한 수사와 철저한 의혹규명」이란 원론만 띄워도 반은 먹고들어갈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사법처리 여부가 여권의 대선후보구도를 좌우할 핵심변수가 되지 못하리란 전망이 벌써부터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9일 『어차피 여권 핵심실세들에 대해선 사법처리까지 가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민주계 대선후보들을 사법처리할 경우 야당의 「본체」들에도 손을 대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상정하기 힘든 가정 아니냐』며 『묘수는 정치자금법 쪽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잔치」와 「중치」들은 사법의 칼날로 엄단하되 핵심실세들은 정치자금법을 적용, 법률적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야권의 본체들 역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또 여권이든 야권이든 대선주자 입장에선 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도덕적 치명상을 입게 되므로, 정치적 손익 면에서나 국민의 법감정 측면에서나 적절한 사태수습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중 한명이라도 검찰에 소환될 경우 여권의 대권후보구도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을 것』이란 또다른 여권 관계자의 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검찰소환은 어떤 경우든 결과를 내놓겠다는 여권핵심부의 의지표현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틀짜기를 위한 권력핵심부의 첫번째 착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주목되는 점은 여권 대선후보의 조기가시화 여부다. 노동법개정에 따른 파업사태 이후 신한국당 내에선 당지도부 인책·당내 민주화 요구와 함께 후보 조기선출론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김영삼 대통령은 6월중 전당대회를 치르는 문제에 대해 검토해 볼 것을 지난달 당 관계자들에게 시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한보사태가 전당대회 시점을 상당히 앞당길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경우든 민주계 대선주자들은 벼랑끝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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