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93년 사경에 신령잃고 ‘명예’도 잃고/최근 회생기미 보여부산 사하구의 구목인 「괴정동의 회화나무」는 지난 2년 가까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령 600년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노거수는 공해와 수질오염 등 주변 환경의 악화로 줄기와 많은 나뭇가지가 썩고 부러져 고사위기에 처해 93년 4월 천연기념물(제316호)의 명예를 반납해야 했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나무는 95년부터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 과거의 신령스런 모습은 아니지만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괴정동이라는 마을 이름이 비롯됐을 정도로 마을에서 이 괴목이 갖는 상징성이 컸는데 옛날에는 마을 곳곳에 여러 그루의 회화나무가 자생했다고
촌로들은 증언하고 있다. 한창 때는 높이 14.6m 둘레 6.4m에 달했던 이 나무는 땅 위 1m높이에서 줄기가 3개로 갈라져 올라갔다.
가지의 폭은 동 6m 서 5.3m 남 10.2m 북 17m로 뻗어 그 위용이 당당했는데 지금도 경로당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를 지낸다.
나무 뿌리 밑으로는 샘물이 솟고 있는데 생활하수로 오염되기 전에는 물맛이 뛰어난 약수였다.
중국 북부가 원산지인 회화나무는 비옥한 토양을 좋아하지만 수분이 적어도 잘살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특히 활엽수 가운데 공해에 가장 강한 수종으로 마을의 정자나무나 풍치수, 가로수로 적합하다.
수형이 둥글고 온화해 중국에서는 학자수로도 불리며 출세한 사람 또는 선비의 상징으로 주로 집의 뜰 안이나 무덤주위에 즐겨 심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궁궐, 향교, 사찰 경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이며 7∼8월에 담황백색의 꽃을 피운다. 꽃은 괴화, 열매는 괴각이라고 하며 약재와 지혈제로 사용된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회화나무는 인천 신현동(제315호), 당진 송산면(제317호), 월성 안강읍(제318호), 함안 칠북면(제319호) 등에 4그루가 있다.<이기창 기자>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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