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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정국 돌파 YS 카드 뭘까?/한보 의혹­민심수습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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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정국 돌파 YS 카드 뭘까?/한보 의혹­민심수습 시나리오

입력
1997.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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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은 설연휴동안 청와대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측근들은 『김대통령에게는 설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 그의 흉중에는 오로지 한보사태에 따른 민심수습 방안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한보사태가 초래한 총체적 난국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구상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히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증좌는 적지않다.실제 김대통령은 40년 정치역정중 반전의 정치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다른 정치지도자라면 주저앉았을 위기에도 그는 오히려 판자체를 뒤흔드는 도전으로 기회를 창출했다. 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을 제창, 야당의 기성그룹을 물러나게 했고 5공때 12대총선(85년)에서는 신민당을 창당, 기존 야당구조를 뒤바꿔놓은게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13대총선(88년)에서 자신이 이끈 통일민주당이 제3당으로 추락하자, 민정당·신민주공화당과 3당합당을 결행, 결국 대권을 장악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이런 맥락에서 김대통령이 한보사태의 위기를 뛰어넘는 일대 반전의 수습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한보사태가 단순히 정치게임이 아니고 국정운영과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과거 야당정치나 대권경쟁에서 보여준 정치적 묘수만으로는 난국타개가 쉽지않다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한보사태의 해법은 훨씬 신중하고 치밀해야하며 국가장래를 고려한 종합적 대안이 돼야한다는게 중론이다.

현재 검토되는 난국타개 방안은 우선 철저한 수사이다. 이를 전제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대대적인 당정개편, 제도개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강해지면 신진 정치세력의 수혈, 기존 정당구조의 재편 등의 정계개편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1.“측근도 예외없다” 철저수사

청와대측은 『수사가 마무리돼야 다음 수순에 착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의지는 강하고 엄정하다. 측근이라도 뇌물을 수수했으면 예외없이 처벌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결과가 대중적 기대치에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거액수수, 대출압력 행사라는 두 조건에 해당하는 정치인이 그리 많지 않거나, 특히 거물 정치인의 연루가 사법적 차원에서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뒤이은 조치들의 효력은 감소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사법처리될 정치인이 많지 않으면, 한보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히면서 거물정치인의 거액수수를 공개, 사실상 단죄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2.대국민담화·지도층 자정 선언

수사가 마무리되면 김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담화는 단순히 사과, 유감 등의 수사적 표명으로 그치지 않고 상처받은 국민 마음을 진정으로 달래는 충정어린 내용이 주조를 이루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또한 국정쇄신의 골간을 밝히고, 정치일정 등에 대해 예측가능한 시사점을 던져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대통령은 낮은데로 임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다. 특히 자신을 포함한 지도그룹의 자정을 선언, 고통분담의 의지를 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당정개편·대선주자군 정리

담화발표에 이어 대대적인 당정개편이 단행될 전망이다. 시기는 전적으로 수사의 마무리 시점과 맞물려있다. 한때 대통령 취임 4주년(2월25일), 인천·수원 보궐선거(3월5일)가 당정개편의 고려사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인사들은 『지금 절차나 형식에 얽매일 상황이냐』고 일축했다.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면 이달말 당정개편이 있을 수도 있으나 구속만기일(19일)이후에도 상당시일 수사가 계속돼야한다면 당정개편은 내달로 이월될 수 밖에 없다. 다만 기존 당정팀이 노동법개정, 수사뒤처리 등을 맡느냐, 아니면 새로운 당정이 이를 주도하느냐는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시기와는 달리 규모에 대해서는 대폭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일단 한보사태와 조금이라도 연루됐거나 책임있는 청와대, 경제부처 인사들은 현직책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경우만을 제외하고 내각, 당, 청와대의 주요 포스트는 대부분 경질대상이라는게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대선후보들도 일부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보사태로 낙마할 대선후보도 나올 수 있으며 김대통령이 총리나 대표에 일부 대선주자를 전진 배치, 분위기 쇄신을 시도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계―영입파의 구도에 변화가 올 경우 누가 전면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또한 전당대회 일정을 7, 8월 보다 앞당겨 5, 6월에 개최한다는 메시지가 간접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4.제도개선·정계 새틀짜기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기됐다가 유야무야됐던 것이 바로 제도개선이다. 현 정권이 감각적 개혁에 치중, 제도개선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아온만큼 한보사태를 제도개혁의 마지막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 핵심부가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 제정이나 정치자금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개혁의 속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인 수순은 정계재편이다. 국민여론이 한보수사, 당정개편에도 가라앉지않고 기성 정치권의 쇄신을 요구한다면 보다 큰 틀의 정치적 결단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않다. 일단 국민들의 신망을 얻고있는 인사들을 영입하는 노력이 전개될 수 있으며 나아가 신한국당―국민회의―자민련의 기존 3당구조를 뒤흔드는 큰 판짜기가 시도될 수도 있을 것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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