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외압’ 확인 실체는 ‘베일속’/유용한 금액 2조원대 로비자금으론 얼마나 썼나/최종 부도처리 판단은 정부냐 채권은행단이냐「부정부패의 표본」 한보사태는 여전히 베일속에 있다. 부도 18일째인 9일까지 은행장들의 대출커미션수수만 확인됐을뿐 갖가지 비리와 의혹은 설 수준에서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 물론 「대출과정에 정치권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점이 검찰수사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나마도 외압의 실체가 누구며, 어떤 형태의 외압이었느냐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는한 의혹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의혹이 실체를 드러낼지, 아니면 검찰의 해명성 수사로 묻힐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액대출=한보철강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은 작년말 현재 4조9,000억원. 투자비가 당초보다 배이상 증가했으나 은행들은 정확한 실사없이 추가대출을 허용했다. 이와관련, 신광식 제일·우찬목 조흥은행장이 대출제공 등의 대가로 정태수 총회장에게서 각각 4억원의 커미션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시설자금을 공급하는 산업은행이 92년 한보대출의 물꼬를 텄다가 지난해말에는 지원을 중단한 경위, 외환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이 94년부터 대출을 크게 늘린 배경 등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제일은행 등에서는 정치권 등의 외압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있으나 아직은 실체없이 정치인 수십명이 거론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거액대출을 사실상 방치해온 은행감독원의 감독소홀여부도 의문이다.
◆비자금=검찰은 정총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를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자금의 규모는 한보커넥션의 실체파악을 위한 핵심열쇠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분만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총회장이 당진제철소 건설명목으로 6조원대의 자금을 조성, 이중 2조원가량을 유용했을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분석. 최소한 이중 절반은 로비자금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수사로 얼마나 드러날지 미지수이다.
◆부도처리=재정경제원 청와대경제수석실 은감원 등은 지난해 12월 한보의 제3자인수가 불가피하다고 결론짓고, 지난달에는 1,200억원의 협조융자까지 이끌어 냈다. 은감원은 한보가 지난달 23일 부도났으나 하룻동안 최종부도처리를 늦추었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은 정총회장이 경영권포기를 거부하자 불과 몇시간만에 부도처리했다. 부도처리방침에 대한 공식발표가 채권은행단에 앞서 정부고위층에서 나왔다. 정부는 채권은행단의 판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혹으로 남아있다.
◆계열사 확장 등=한보는 95년 유원건설을 전격인수하는 등 94년부터 무려 13개의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신설했다. 유원건설을 한보에 넘긴 것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결정. 당시 이철수 행장은 『한보가 좋은 조건을 제시한데다 한보철강의 사업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강조했지만 정확한 배경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른 계열사 확장을 방치한 부분도 마찬가지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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