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영향력 행사 혐의 포착/“대선자금 제공 수사계획 없다” 못박아/일부의원 돈 요구 공갈죄 검토검찰이 9일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을 소환조사키로 함에 따라 한보관련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절차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번주중 혐의가 드러난 정치인들을 대거 소환조사할 예정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 등 수사팀은 설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전원이 나와 홍·권의원 등 소환대상 정치인 명단을 확정하고 신문사항을 최종 점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검찰은 이에 앞서 정태수씨와 은행장들을 추궁한 끝에 정씨가 정·관계 인사 50여명에게 수천만∼수억원을 주었으며, 이중 홍의원 등 10여명이 대출 및 제철소 인허가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인 사법처리 기준으로 ▲받은 돈의 액수 ▲대출압력 여부 ▲대출 및 인허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는지를 따져 혐의가 확인되면 곧바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최중수부장은 이와 관련, 『받은 돈이 순수한 정치자금일 경우 죄를 물을 수 없다』면서도 『돈을 받은 사실과 대출청탁 사실이 인정되면 돈받은 시점과 청탁시점의 선후관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자금수수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노골적으로 대출압력을 넣지 않았지만 『국가 기간산업…』 운운하며 은근히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도 직책과 지위로 보아 은행측이 대출압력으로 느낄만한 영향력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정치인이 국정감사나 국회상임위 발언을 미끼로 돈을 요구한 경우 공갈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혀 돈 받은 국회의원의 공갈죄 적용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주변에선 일부 야당의원이 이같은 혐의로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의 대선자금 제공부분에 대해서는 『수사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수사계획이 없다』고 밝혀 이번 수사의 한계를 분명히 그었다.
검찰은 대출 및 제철소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 청와대 경제수석실,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은행감독원 등의 공직자들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이 소환조사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할 것에 대비해 운전사, 부인 등 주변인물의 진술을 대부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태수씨가 정·관계 인사와 은행장들에 대한 로비장소로 활용해온 하얏트호텔의 폐쇄회로TV의 테이프 등을 압수, 방증자료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주내에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1차 소환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따라서 정태수씨의 구속 만기일인 19일까지는 수사의 큰 틀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상철·이태희 기자>김상철·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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