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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정가를 키워야 한다(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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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정가를 키워야 한다(음악노트)

입력
199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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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쯤의 일이다. 성악가인 테너 모씨가 무대에서 열창을 하고 나오자 공연장의 책임자라는 분이 『소프라노 저 정도면 좋지요』라고 했단다. 그 책임자는 1년쯤 있다 새 자리로 영전(?)해 갔다. 공연장 책임자 자리를 명예롭게 생각하기 보다는 하루속히 벗어나야 할 곳으로 여기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때문에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관장직 평균 재임기간은 1년 남짓이고 국립 등 대부분의 관 주도 공연장에서도 형편은 마찬가지다.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문화는 아무에게나 맡겨도 된다는 생각, 잠시 머리를 식히는 「정류장」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래서는 문화가 잘 될 리 없다.

더구나 정치·사회엔 소위 국민여론이란 게 있지만 문화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 문화여론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며 이를 실천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다름 아닌 문화행정가의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같은 중요성이 문민정부에서마저도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행정의 전문성 부족이 공연장과 전속 예술단체를 파국으로 이끌고 있다.

걸핏하면 지휘자와 단원이 반목하고 급기야 지휘자 사퇴, 단체 해체의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화투자도 좋지만 투자보다 시급한 것이 행정가를 키우는 일이다. 최근 행정 마찰로 안양시립합창단에서 지휘자가 단원을 해임하는 갈등이 표출됐고 마산시향은 지휘자 사퇴파동으로 모처럼 발전해가던 오케스트라에 치명적 상처를 준 결과를 초래했다. 문화행정가 부족은 비단 공연장 뿐만 아니다. 능력있는 행정가가 사회 곳곳에서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할 때 문화가 숙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향후 10년의 계획을 담은「비전 2007」을 선포했다. 엘리트 행정가들이 펼치는 청사진에 삶의 질을 생각케하는 대목이 많이 눈에 띈다. 21세기 문화국가 건설에 책무를 다하려는 의지에 갈채를 보내며 아울러 행정인력의 산실로서 역량있는 문화행정가를 배출하는데도 관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를테면 「문화행정학교」의 개설이다.

현행 예술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 유관기관과 단체에 임용제도 개선이 있어야 겠다. 이제 1년 남짓한 걸음마 단계의 정동극장이 수십년된 공연장보다 앞선 운영을 하고 있음은 한 사람의 전문 문화행정가의 중요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문화행정가를 키워야 한다.<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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