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에게 모이를 주기 시작한지 일년 하고도 두달이 되었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갈라치면 수십마리의 새들이 우리집 소나무에 가득 앉아 있다. 「밥 주는 할아버지가 언제 나오시나」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저녁 때가 되면 또 나무 가득히 앉아서 잘 시간이 되는데 하는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모이를 던져주고 방에 들어올 때면 문을 닫기도 전에 날쌔게 내려와서 금세 깔끔히 먹어치운다. 그러고는 일 다 보았다는듯이 어디론가 날아간다.일단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것인데 그런 것이 볼수록 귀엽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한낮에도 수시로 와서 놀곤 하는데 가끔 이상한 산새도 오고 예쁜 산비둘기도 몇마리 단골이 있다. 한마당에 앉아서 모이 주워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도 달아나고 잠시 묘한 상념에 젖는다.
내가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몇해 전 집을 짓고 마당에 나무를 심었다. 그런즉 새들이 와서 지저귀고 노는 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옆집 김사장네 나무에서는 항상 시끄럽게 놀면서 우리 집엔 별무관심이었다. 「어찌하면 저놈들을 우리집에 유치하나」 늘 고심하던 차에 어떤 친구가 『새들이 거동을 하는 데에는 무슨 볼 일이 있을 것』이라 하였다. 그 말 듣고 정신이 번쩍 나서 「모이를 주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내가 동네 쌀가게에서 싸래기를 한 말 사왔다. 한 웅큼씩 마당에 뿌려주기 시작하였다. 참새들은 처음 몇달 참으로 딱하다할만치 경계를 하였다. 한 알 찍어먹고 고개를 바짝 쳐들고 사방을 훑어보는데 수십마리의 새들이 모두 그러는 것이어서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였다. 그러기를 이삼개월 하였다. 여섯달쯤 되면서부터는 의심을 푸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한테 좀 당했는가.
원래는 저 들판이 새들의 땅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사람들이 점령하였다. 따라서 새들은 추방당한 것이었다. 나는 새들이 그저 좋아서 저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것인데, 우리 집 소나무를 놀이터로 삼고 스스럼 없이 놀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나는 참새 모이를 주면서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생각만 하여도 즐거운 일이다. 봄이 되면 새들은 또 새끼를 칠 것이고 그러면 새들의 식구도 더 늘어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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