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정신과 최보문(45·여) 교수는 성폭행을 당한 여자 어린이들의 정신치료를 많이 맡는다. 이럴 때는 상처를 파악하기 위해 산부인과에 먼저 보내는데 그때마다 의사를 고르느라 애를 먹는다. 여성 산부인과 의사가 드물다 보니 때맞춰 없기 십상이고, 「나이 지긋하고 인자한」 남성 의사를 찾아내 보여도 여자 어린이들이 눈에 띌 만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자 어린이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임산부들도 남성 산부인과 의사한테 검진을 받을 때면 곤혹스럽다. 산부인과는 여성의사 비율이 33.7%나 되는데도 그렇다.(94년 최보문 교수 조사)유방암 검진을 하는 일반외과의 여성의사 비율은 0.1% 이내. 결국 대부분의 여성이 남성의사를 찾게 된다. 첫단계는 손으로 유방을 훑는 「촉진」. 『의사와 환자 관계라고는 하지만 민망함이 앞선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그 때문에 유방암 검진을 미루는 중년여성들도 많다.
심리적 문제만이 아니다. 실제로 증세가 있어서 병원을 찾았는데도 남성의사에게는 「엄살」이라는 평을, 여성의사에게는 「출산후유증」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이왕이면 여성의사가 좋을 때」가 많다.
이같은 욕구를 현실은 전혀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사는 수적으로 전체의사의 15.2% 정도일 뿐 아니라 임상병리과(62.9%) 해부병리과(58%) 가정의학과(56.5%) 소아과(47.5%) 결핵과(32.6%) 등 「비인기 전공」에 몰려있다. 문제는 이같은 일부집중현상이 실력이나 희망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 특정과마다 전공의를 뽑을 때 「여자는 받지 않는다」 「1명만 받겠다」는 남녀차별의 불문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존 나이스비트가 쓴 「여성 메가트렌드」에 따르면 의학과 보건학을 남성이 주도하다보니 의학연구의 주제와 연구비조차 남성이 주로 걸리는 질병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사가 여러 분야에 퍼져있지 못한 것은 여성전체에게도 「불이익」인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단계로 가톨릭 의과대학 여의사회와 여학생회는 16일 여의사를 위한 사회기술훈련워크숍을 연다. 의료소비자의 절반인 여성을 위해 여의사들은 좀더 힘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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