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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납품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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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납품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

입력
199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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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 팽개친채 돈줄찾아 피말리는 나날/정부도 은행도 ‘나 몰라라’… 설 앞두고 발만 동동한보철강에 용광로 압연 용선부품을 납품해온 부산 모업체 김모 사장은 한보부도직후인 지난달 27일 만기도 안된 5,000만원짜리 어음이 갑자기 날아들면서 피말리는 자금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한보와의 거래사실을 잘알고 있는 은행측이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일체의 대출을 거부하면서 자금줄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하루종일 사채시장을 뒤지다 한 신용금고에서 120% 담보를 잡히고 연 20%에 간신히 돈을 가져와 막았다.

다음날부터 김사장은 회사일은 뒷전이고 하루하루 자금을 구하기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나 이달 7일 3,800만원, 10일 4,000만원을 시작으로 줄줄이 만기가 돼 돌아오는 3억원이 넘는 어음은 아무 대책이 없다. 거래은행은 다른 회사의 견질어음을 가져오지않는한 한보 어음을 막아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거래은행이라 믿었는데, 아직 만기도 안된 어음을 독촉하지 않나, 대출은 커녕 이미 집행된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하는데, 망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김사장은 오랜 거래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핑계를 내세우며 「안면」을 바꾼 거래은행이 특히 원망스러웠다. 김사장은 한보어음 미수금 등으로 연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억여원을 떼였다. 그러나 더 암담한 건 이중 절반이 넘는 2억5,000만원이 부산제강소에 납품한 물량이라는데 있다. 지난해 11월말까지 부산제강소는 엄연히 한보철강 소속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12월부터 법인이 (주)한보로 바뀌었다. 한보부도전까지는 법인이 어디 소속이냐는 신경쓸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한보철강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아무런 구제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 당진제철소만 거론하고 있는데 더 심각한 건 한보의 부산제강소입니다. 당진쪽은 그나마 정부에서 돈을 푼다고 하지만 부산에 발목잡힌 하청업체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김사장은 『부산제강소도 당진 1공장과 같은 철근라인이고. 여기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만도 200여개가 넘는다』며 『왜 법인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때문에 이곳 업체에는 아무것도 지원할 수 없다니 어떻게 하겠다는 말입니까』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설을 앞두고도 예년에 주던 상여금은 물론 월급까지 지급못할 처지이지만 정부 은행 사채시장이 모두 외면하는 상황에서 김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김사장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산지역 업체들과 항의농성이라도 해야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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