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CB 남발 우려·소수주주 권리외면 논란일듯법원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미도파의 사모CB 발행을 금지한 가운데 한화종금 사모CB의 의결권을 인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 등 일반주주의 기업인수합병(M&A)시도는 사실상 무력화됐지만 미도파는 사모CB를 통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없게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경영권 분쟁에 휩쓸리는 기업은 적대적 M&A세력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고 전격적으로 사모CB를 발행, 경영권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법원은 이를 저지할 명분을 잃게 돼 사실상 국내에서의 적대적 M&A는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한화그룹측의 지분은 전환주식을 포함해 총 41.28%로 늘어난 반면 박회장 등 일반주주의 지분은 16.17%(공식지분)로 줄어들었다. 박회장측이 추가로 확보해놓은 주식을 감안해도 총지분은 30%안팎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모CB에 대한 법원의 「면죄부」는 향후 국내 M&A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변칙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는 사모CB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M&A를 봉쇄하는 것』이라며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도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주주권리 보호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시킬 전망이다. 대주주들이 사모CB를 남발할 경우 소수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기회는 원천 봉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우경제연구원의 신성호 연구위원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무능력한 경영진은 도태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M&A가 봉쇄될 경우 국가경제적 차원에서도 중복·과잉투자를 막을 수 없게 돼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현재 『사모CB가 증권거래법이나 소수주주 이익을 보호하려는 상법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사모CB 발행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중이어서 이번 판결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박회장측도 『사모CB발행에 대한 원인무효소송을 즉각 제기할 방침』이라며 끝까지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말 10대 그룹을 상대로 적대적 M&A에 나서 화제가 됐던 박회장 등 일반주주는 결국 재벌 연합세력의 위력앞에 무릎을 꿇어 정부당국의 소액주주보호정책은 구두선에 머물게 된 것이다. 한화종금의 경우 사모CB 주식전환 과정에서 대우그룹 관계사인 삼신올스테이트 동흥전기 하이파이브 등 3사가 「백기사」로 나서는 등 재벌그룹간 연대가 일반주주의 「이유있는 반란」을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역시 국내 풍토에서 일반주주가 재벌을 상대로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며, 재벌의 경영권은 난공불락이라는 사실이 다시한번 입증된 셈이다.
▷사모전환사채◁
발행후 6개월이 지나야만 주식 전환청구가 가능한 공모CB와 달리 발행 즉시 주식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CB인수자를 지정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사모CB는 신주발행과 다름없는 증자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회사채로서의 본기능을 상실한 기형적인 CB라 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회사가 증자 등을 통해 신주를 발행할때 기존주주 또는 제3자에게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주는 사채를 말한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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