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의 권노갑 의원이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6,000만원이 「떡값」이며 순수한 정치자금이라고 태연히 강변하는데에 국민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뻔뻔스럽다. 그같은 큰 돈을 단순한 떡값이라고 하니 뇌물은 얼마나 거액이라는 얘기인가. 야당 중진의원의 도덕성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이 지경이니 정치권이 얼마나 부정부패에 무감각한가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하겠다.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민회의의 김대중 총재가 「대가성 없이 명절때 받은 것을 문제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검찰이 수사를 해야겠지만 돈받은 것 자체만 해도 깊이 반성해야 함에도 떡값으로 둔갑시키면 괜찮다는 얘긴지 묻고 싶다. 하기야 야당은 검찰이 검은 돈 받은 인사들에 관해 수사도 하기 전에 청탁과 이권이 없이 받은 것은 처벌하기 곤란하다고 부질없이 흘린데 용기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의 체제하에서 합법적인 정치자금외에 떡값도 순수한 정치자금도 있을 수 없다. 정치자금법에서 개인이나 법인(기업)이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길은 후원회와 선관위를 통한 기탁 등 두가지 방법뿐이다. 지구당 후원회의 경우 개인은 연간 1,000만원을, 법인은 3,000만원 한도에서 후원이 가능하고, 기탁할 경우 연간 개인은 1억원, 법인은 5억원 한도로 가능하다. 후원회나 기탁을 통하지 않고 돈을 건넬 경우 준 자와 받은 자 모두 3년 이하 징역과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1980년 정치자금법이 제정된 이후 정치자금의 직거래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검은 돈 사건만 나면 「떡값」으로 둔갑시키는 나쁜 습관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장학로 전 청와대부속실장이 27억원의 뇌물을 받았음에도 검찰은 7억원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20억원은 떡값으로 인정해 국민의 분노를 샀었다. 또 전두환 노태우 두 전대통령은 재임중 부정하게 긁어모은 7,000억∼8,000억원을 관례적인 통치자금,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지만 작년 8월26일 1심재판부는 직무와 관련된 포괄적인 뇌물론을 내세워 유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떡값이니 순수한 정치자금이란 말도 안된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이 아닌 것은 검은 자금, 뇌물이 분명한 것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정치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명목이 불분명한 컴컴한 돈의 거래를 원천봉쇄해야 하며 바로 정치자금법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권의원을 비롯, 정씨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돈을 받은 의원들은 예외없이 검은 자금을 받은 혐의로 처벌케 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정치권은 국민의 불신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치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정치자금법을 개정, 직접 돈을 받은 사람이 선관위에 명목과 액수를 신고하지 않을 때는 의원직을 상실케 할 정도의 중벌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떡값 주장은 두번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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